급 육류가 당기는 날이 있다.
당신은 지금 삼겹살을 몹시 갈구하고 있다. 살코기와 비게가 적절하게 배합된 선홍빛 생삼겹살과 통통하고 부드러운 버섯, 그리고 새콤한 신김치가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입 안에 츄르릅…… 고이는 침을 주체할 수가 없다. 거기에 차가운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어떨까.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칼칼한 된장찌게 한 숟깔이면 소주의 씁쓸함 따위 가볍게 목구멍을 지나갈 것이다. 당신의 주머니엔 돈도 넉넉히 들어있고, 당장 급한 약속도 없다. 그리고 당신의 눈 앞에는 언젠가 신문에 맛집이라고 기사가 실렸던 훌륭한 고깃집도 보인다. 단, 지금 당신은 혼자다. 부를 사람도 없고, 우연히 누군가와 마주칠 가능성도 없다.
여기서 질문, 당신은 혼자 식당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무지막지하게 타오르는 욕구를 꾸역꾸역 누르고 집으로 발길을 돌릴 것인가. 아마 90%가 넘는 사람들은 (어쩌면 100%에 가까운)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왜 그럴까?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한다면 대게는 심리적인 요인에 비중을 두겠지만 나는 식당이라는 공간에 대해 딴지를 걸어보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려본 식당이 있다. 전면이 통유리로 장식된 식당 안에는 4인용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안 쪽엔 주방이 보이거나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리고 그 입구에는 꼬질꼬질한 정수기와 전원이 켜있지 않은 자외선 컵 소독기가 놓여있다. 물론 컵은 적당히 물에 젖은 상태다. (소독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4인용 테이블에는 한 번도 닦지 않았을 것 같은 양념통과 수저통 그리고 그 안엔 역시나 제대로 닦였을지 의심스러운 숟가락과 젓가락이 들어있다. 메뉴판엔 온갖 잡다한 메뉴들이 너저분하게 쓰여있지만 그 중에 맛있는 음식은 꼭 2인분 이상만 시킬 수 있다.
어째서, 갈치조림은 1인분만 팔지 않는 건지……
여기서 또 한 번 질문. 왜 식당엔 4인용 식탁만 있는 걸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점심 시간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가면 마치 자신 혼자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 같아 눈치가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는 것 같다. 신문을 보자니 자리가 모자라고, TV를 보자니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틀어놨을 뿐만 아니라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가방에서 MP3나 PMP, 혹은 미니게임기를 꺼내자니 왕따가 된 기분이 따로 없을 것 같다. 간혹 창가에 자리가 나면 밖에서까지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 것이 분명하다. 가림막 하나 없이 사방팔방이 훤히 뚫린 사각형의 공간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내가 앉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만큼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은 강박으로까지 느껴지는 눈치보기는 밥 한끼 먹는데도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만들어낸다. 어디 밥 뿐인가. 혼자 집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밖에 한 발자국 디디는 순간부터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이 곤두선다. 물론 어찌 신경쓰는 사람 하나만 탓할 수 있을까. 남말하기 좋아하는 습성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 사람은 옷을 왜 저렇게 입었을까? 저 사람은 왜 혼자 밥을 먹을까? 저 사람은 친구도 없나봐. 안됐다. 그러니 뒤에서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 한 번에도 혹시 내 얘기를 하나 싶어 귀가 쫑긋할 수밖에.
신촌에는 이찌멘이란 이름의 일본라면 전문 식당이 있다. 테이블은 모두 바 형태로 되어 있고 2인 이상이 함께 앉을 수 없다. 테이블은 칸막이로 막혀있기 때문에 옆자리 사람과 얼굴 마주칠 일 없고, 앞은 천막을 내려 가릴 수 있으며 주문을 받고 음식이 나올 때만 살짝 들어 올리면 된다. 심지어 계산도 무인기기로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식당을 나설 때까지 그 누구의 시선도 마주칠 필요가 없다. 뭐, 모든 식당이 이런 인테리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왜 그토록 식당의 인테리어엔 메뉴와 장소에 상관없이 일관성을 고집하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별다방이나 콩다방처럼 수많은 커피 전문점이 생긴 이래 이제 커피 한 잔만큼은 혼자 마셔도 괜찮은 시대가 됐지만 밥은?
여전히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려운 당신이다.
헬스 클럽처럼 1인용 테이블마다 TV가 연결되어 있으면 어떨까?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테이블도 나눌 수 있다면 혼자 여러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민망함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삼겹살 1인분, 간장게장 1인분 그리고 갈치조림 1인분을 눈치 볼 필요없이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면 점심시간마다 재수없는 김과장과 짜증나는 사수을 앞에 두고 밥 먹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그렇게나 없는 걸까. 갑작스런 한파로 옆구리도 허전한데 함께 밥 한 끼 먹을 사람이 없어 울부짖는 그대들이여 이럴 때 다 같이 모여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혼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관련 기사: "1인용 음식 전성시대(주간한국)", "싱글족 겨냥한 '나홀로 음식점' 인기(동아)", "싱글족이 다가온다(이데일리)", "혼자 구워먹는 고깃집·1인용 호텔 패키지 `싱글벙글`(한국경제)" ]

오전 10:40
ㅎㅎㅎ
대한민국은 정말 혼자 밥 먹기 힘들죠.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11월 4th, 2009 at 2:16 오전
네. 혼자 밥 먹기 가장 힘든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오전 11:52
전 혼자 식당 잘가요.
원래 남의 눈치 안보는 성격이라서…ㅎㅎㅎ
11월 4th, 2009 at 2:16 오전
저도 밥은 혼자 잘 먹는 편이에요. 하지만 고기만은 혼자 못 먹겠더라고요
오후 12:41
혼자놀기의 진수^^ 1인분 삼결살 식당가서 먹기
—–>어케해야되요^^
11월 4th, 2009 at 2:17 오전
얼굴에 철판 싹 깔고 아무일 없다는 듯 무심하게 시크하게 먹어주면 될 것 같아요 ㅋㅋ
오후 12:46
가본적 있어요~
당당히 들어가서 혼자예요~ 하고 1인분 시키고~ 계란찜에 사이다까지 시켜서 잘~ 먹고 나왔었죠~
11월 4th, 2009 at 2:18 오전
와아… 진정 대인배이시군요. 고깃집만은 혼자 못 가겠던데… 뭐랄까 누군가가 고기를 구워주는 것에 익숙해진 탓도 있는 것 같아요. ㅋㅋ
오후 4:41
우리 회사에
자기 단짝이 출근 안하면
점심도 굶는 사람 있음
혼자서 밥 못 먹어서…
근데 나이가 마흔 ㅎㅎㅎㅎ
11월 4th, 2009 at 2:18 오전
습관은 버릴 수가 없는가봐요. 마흔이든 쉰이든 밥 혼자 먹기 싫은 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 과제인 것 같습니다.
오후 11:58
전 혼자 식당 잘 간답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ㅎㅎ 특히 한국에서 그런짓 잘해요. 가서 식사하시는 분들도 좀 쳐다보고.. 제 취미가 좀 이상한것 같죠.
11월 4th, 2009 at 2:19 오전
이상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다만, 그냥 그런 용기가 부러울 뿐이죠. 저도 혼자 식당은 잘 갑니다만 그 순간의 외로움은 좀 힘들거든요 ^^;
오후 5:33
일반적인 식당에서 먹는 건 어렵진 않죠. 들어갈 때, 메뉴가 나올때까지만 잘 참아낸다면 말이에요. 20분의 고통이랄까요. 삼겹살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고기는 반대편에 소주잔 부딪힐 사람 없으면 재미없죠.ㅎㅎ
11월 7th, 2009 at 8:54 오후
얼마전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 < 결혼 못하는 남자> 가 떠오르네요. 혼자 삽겹살을 즐기는 남자!
좀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네요. 우리 사회에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