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민중 가요 중에는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이라는 노래가 있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아서 선배들 따라 학생운동 하는데 쫓아 다녔던 나는 특히 이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 참 빨라서 이 노래 가사는 정말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 요즘 전화카드를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외국인 노동자와 군인을 제외하면 전화카드 구입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휴대폰이 보급화 된 건 불과 10년도 안 된 것 같은데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들도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닌다. 휴대폰이 점점 진화하면 할수록 곳곳에 있었던 공중전화부스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갔다. 최근에서야 외국인 관광객을 때문에 다시 설치한다고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요즘 공중전화부스는 예전의 그 느낌이 나질 않는다.

한 15년 전쯤 삐삐도 드물던 시절에는 약속을 할 때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지 않으면 안됐다. 건대입구역 건대글방 앞에서 보자라든지, 연대 앞 독수리다방에서 보자든지… 요즘에야 약속한 시간에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휴대폰으로 바로바로 연락을 하지만 그때는 꼼짝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공중전화부스 앞은 삐삐 메세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길을 가다 메시지를 받은 언니 오빠 아저씨 아줌마 동생들이 모두 줄을 서서 사서함에 접속해 녹음된 목소리를 확인하거나 삐삐에 남겨진 연락처로 전화를 걸곤 했다. 앞 사람이 전화를 빨리 끊지 않으면 긴 줄 사이사이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곤 했는데…… 오랜 시간 줄 서있다 들어간 부스 안에 누가 침이라도 뱉어둔 날이면 기분이 어찌나 더럽던지. 하지만 누군가 동전을 얼마간 남겨놓고 나가면 그 몇 십원이나마 공짜로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가족 모두가 집전화를 쓰던 그 시절엔 남자친구의 전화 한 통을 받기가 껄끄러워서 주머니 가득 동전을 채워 집 근처 공중전화부스를 찾기도 했었다. 그 때 동전이 한 번씩 철컥하고 떨어질 때마다 가슴도 철렁철렁. 남은 동전이 거의 없어 바닥이 보이면 그 아쉬움에 어쩔 줄을 몰랐던 기억이 난다. 진짜, 동전 한 번 바꾸려고 사먹은 껌이 몇 통이고 아줌마 눈치밥이 몇 그릇이었나. 간혹 공중전화 수화기를 붙들고 엉엉 울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냉정하게 헤어지자는 애인을 붙잡으려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그놈의 동전이 없어 전화가 툭 끊어지기라도 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퉁퉁 부은데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한 여자가 부스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50원만 빌려달라고 애원했던 일이. 이런 게 모두 휴대폰이 있는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 시절만의 특별한 추억이 아닐런지.

요즘 공중전화부스는 인테리어까지 신경써서 저마다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그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취객이 깨부신 유리조각이 널브러져 있고 고장이 난 채로 방치되어 있던 전화기도 많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당시엔 꼭 필요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꾸질꾸질한 그 때의 공중전화부스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좁디 좁은 공중전화부스엔 나의 어릴 적 추억 중 일부가 담겨있고 갑자기 비가 올 때면 딱 좋은 피신처가 되어주기도 했다. 지금은 신종플루 때문에 누가 만졌을지도 모르는 수화기를 만지는 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 때는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손으로 수화기를 꼭 움켜쥐고 귀에 바짝 붙이는 것도 서슴치 않았으니까.

마지막으로 공중전화가 좋은 가장 큰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그것은 아무래도 진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 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통화할 수 있는 휴대폰과는 달리 공중전화로는 꼭 필요한 말만, 꼭 전해야 하는 말만 하게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공중전화를 통해 전했던 모든 말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진심이 담겨있었다. 말에 무게가 있다면 공중전화기를 붙들고 전한 사랑한다는 말은 1톤 쯤 나갔을 것이다.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의 마지막 소절의 가사는 이러하다.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줄 것이 있노라고…” 노래가 말하는 그 줄 것이란 바로 진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BGM : 꽃다지 – 전화카드 한 장(EBS 스페이스 공감)
[ 음원참조: http://www.youtub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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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emlove
    2009/12/11
    오후 9:50

    ㅎ 공중전화 사용안해본지 오래됬네요..ㅋ 가장 최근에 써본 기억은 군대가서 ㅋㅋ 제가 군대갈 때에도 사회에서는 사실상 공중전화가 거의 무용지물화되었었지만,, 군대에서 진짜 요긴하게 잘 썼어요

  2. Mineev
    2010/02/16
    오후 8:27

    Откуда у вас эта информаци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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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카드 한 장, 공중전화부스… 기억하세요?

2009. 12. 11. 오전 11:28

휴대폰이 보급화 된 건 불과 10년도 안 된 것 같은데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들도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닌다. 휴대폰이 점점 진화하면 할수록 곳곳에 있었던 공중전화부스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갔다. 최근에서야 외국인 관광객을 때문에 다시 설치한다고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요즘 공중전화부스는 예전의 그 느낌이 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