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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City
두 번째 이야기, 잠식
written by 프리블루
2010. 10. 23|11:35 am
Avatar of 프리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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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구성작가, 웹기획자, 영화평론동호회매니저, 수동필카매니아, 애묘인, 야구폐인, 예비밀리언셀러작가, 건축가의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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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정보 : 20101008 l Pentax MX l Agfa Vista l Filmscan ]

어느덧 10월도 훌쩍 지나고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자 문득 서해 바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1년 중 가장 예쁜 석양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소래 포구로 결정했습니다. 어쩐지 가장 고즈넉한 노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후 2시쯤 필름 카메라 하나만 덜렁 들고 소래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데 바다를 두고 왜 매번 멀고 먼 동해만 찾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소래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싹 가시고 말았습니다. 그곳엔 붉게 물든 노을 대신 높은 아파트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아파트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신도시’를 이루고 있더군요. 포구 앞에 떠 있는 통통배만 없다면 영락없이 한강변 아파트 촌이었습니다. 어차피 김장철이고 대하철이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는 어디선가 흘러 나오는 축제 음악 속에 묻혀버리고 없었지만, 뿐만 아니라 풍경 또한 언젠가의 소래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허탈했고,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우리 나라엔 이렇게나 많은 아파트가 필요한 걸까요? 지도에서 서울시의 물결이 점점 번져가더니 이제는 서울이 아닌 이런 서해 끄트머리까지도 잠식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여기까지 와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솔직히 그것도 궁금했습니다. 제 아무리 서울에서 한두 시간 거리라지만 아파트와 함께 들어서 있는 상가들은 텅텅 비어있었고 교통도 불편했으니까요. 어째서 건축이란 그리고 아파트란 이런 구석구석까지 모두 집어삼켜야만 하는 건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제 집에서 편히 석양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사람들에게서는 석양을, 그 아름다움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허무하게 돌아서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뭣 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오이도나 가지. 여긴 이제 볼 게 없어요”라고. 언젠가 이 작은 땅덩어리가 아파트로 가득 차는 날이 올 것만 같습니다. 그런 황량하고 삭막한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