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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City
네 번째 이야기, 운명
written by 프리블루
2011. 02. 09|8:37 am
Avatar of 프리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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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구성작가, 웹기획자, 영화평론동호회매니저, 수동필카매니아, 애묘인, 야구폐인, 예비밀리언셀러작가, 건축가의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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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보 : Pentax mx l Agfa vista 100 l Film Scan l 운명]

2011년이 어느덧 한 달하고도 열흘 남짓 지나가버렸습니다. 이제는 음력 설도 지나가버려서 ‘시작’이란 말도 무색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아마 어떤 분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사주를 보러 철학관이나 점집을 방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싶은 노파심과 바라는 일이 성취될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서겠죠. 그래서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습니까? “물을 조심하라”고 하던가요? 아니면, “지금 당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어!” 이렇게 호통을 치던가요? 그래서 어떤 변화가 생기던가요? 그 말을 들은 당신은 이제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까?

최근 동네에 철학관 하나가 들어섰습니다. 버젓이 통 유리로 치장한 모양새를 보고 있으려니 대체 누가 저런 곳에 들어가서 비밀스런 얘기들을 털어놓을까 싶었는데 ‘2층으로 올라오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이 붙어있더군요. 저도 올해 운세나 확인해 볼까 싶어 한번 들어가보려고 했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어차피 그곳에서 제가 얻을 것은 잠시 동안의 위안뿐일 테니까요. 어제 어느 시나리오 작가가 냉랭한 골방에서 소리도 없이 아사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될 처지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세상에 운명이란 게 있다면,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개척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힘을 다 해 살아남읍시다. 그래서 언젠가 끝에서 뒤돌아 봤을 때 우리의 인생이 오롯이 내 의지대로 흘러왔음을 그래서 억울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씁쓸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