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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버스가 가족을 살리다: [리틀미스선샤인]
written by leopon9
2008. 12. 18|11:30 pm
Avatar of leopo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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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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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릴, 리차드, 프랭크, 드웨인, 올리브 그리고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노란 구형버스 한 대를 기억하자. <리틀 미스 선샤인>은 6명의 일가가 한지붕 아래 산다는 가족의 형식적인 결속을 떠나 낡은 버스에서 다시금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이다.

7살 올리브의 미인대회(리틀 미스 선샤인) 출전을 위해 구형 폭스바겐 버스를 빌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6명의 캐릭터와 조연 못지않은 수동변속 버스는 <리틀 미스 선샤인>을 이끄는 핵심이다. 가장 현명하고 냉철한 듯 하지만 닭튀김만 내어놓는 주부이면서, 담배 피우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쉐릴, 모든 사람을 성공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의 9단계 이론을 틈만 나면 일상에서 외치지만 성공하지 못한 강사 리차드, 사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쉐릴의 게이 남동생 프랭크, 항공학교에 입학하여 비행사가 될 때까지 침묵하기로 결심하고 메모지와 볼펜을 항시 휴대하고 다니는 장남 드웨인, 미인대회의 우승을 꿈꾸는 짙은 뿔테에 똥배 볼록한 7살 소녀 올리브, 자신의 지난 인생에서 쾌락이 부족했음을 아쉬워하면서 뒤늦게 포르노잡지와 마약에 빠져 사는 올리브의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 가족의 여행을 진짜 가족여행으로 만들어준 구형 폭스바겐을 소개합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정차한 음식점에서 버스는 퍼져버리고 만다. 수동변속의 핵심인 클러치가 수명을 다해 부품을 갈아야 하는데 구형차량인지라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정비공의 말에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향하던 가족의 여정은 끝이나는 듯 싶었지만, 마지막 정비공의 힌트 한마디에 지루하고 정적이던 그들의 여행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차에 대해서 하나 알려드리죠. 3단에서 4단으로 바꿀 때는 클러치가 필요 없습니다. 단지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할 때만 필요할 뿐이죠.”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6명의 가족은 버스를 밀고 있다. 3단으로 출발하는 버스. 이제 리차드의 가족은 움직이기 위해 이전처럼 안락한 좌석에 앉아 서로를 헐뜯고 비꼬고 방관하고 있을 수 없게 됬다. 그들의 버스는 시속 15마일에 이르기 전까진 고철일 뿐이니까 말이다. 한지붕 아래 산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이겠지만, 그것만으로 가족의 의미를 말할 수는 없다. 가족이란 특별한 이유없이 구성된 집단이지만,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서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가족의 운명이다. 서로가 미워하고 대화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올리브가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쉐릴, 프랭크, 드웨인의 순서로 하나씩 “가족”이라는 이름의 버스에 동승하기 시작한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가장 뛰어난 은유가 여기에 있다. 클러치가 고장난 버스가 곧 가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가족 하나하나의 결속없이 버스는 출발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버스가 출발하고 나면 가족은 그 길이 맘에 들건 아니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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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버스의 공간적인 특징도 한몫을 한다. 자살을 시도한 프랭크가 집에 온 날. 리차드의 여섯 가족이 식탁에 모이기까지 쉐릴은 계속해서 하나하나를 큰소리로 찾는다. 목소리만 들리만 들리고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올리브, 화장실에 숨어서 마약을 하는 할아버지, 혼자두는 것 자체가 위협이 되는 프랭크, 내 앞에서 자살하지 말라며 한방을 쓰게된 껄끄러움을 드러내는 드웨인, 그들의 모습에서 집은 여러개의 파티션으로 차단되고 단절된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가족도 각각의 프라이버시가 중시되고 서로 자신의 영역을 긋고 문을 닫는다.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담을 치거나 커튼을 치는데 익숙하던 가족은 미니버스 안에서 모든 차단막이 걷어진 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방귀 한 방도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몫이 된다. 집에서 찾을 수 없었던 가족을 버스라는 공간을 통해 찾아가는 것이며, 상실된 거실의 기능을 버스 속의 가족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적어도 버스안에선 마약을 할 수 없고, 자살할 수 없다. 누군가의 귀에 거슬리는 말도 들을 밖에 없고 거기서부터 가족은 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리틀 미스 선샤인>은 미국 영화의 가장 큰 콤플렉스인 가족을 화두로 비판적인 시선과 재치있는 은유가 적절히 섞여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오버하지않고 비현실적인 반전없이, 일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가면서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주는 영화다. 그리고 그 핵심에 6명의 독특한 캐릭터 못지않은 고장난 폭스바겐이 있다. 같은 차를 구할 수만 있다면 여행상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리틀 미스 선샤인>의 고장난 버스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여행이 될테니까.

  • http://level18.net cocoon

    작고 소소한 재미가 있으면서 잔잔한 여운도 있는게 정말 맘에 드는 영화였어요. 상영관 찾기가 어려워서 고생했지만 극장에서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