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해외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것 중의 하나가 쇼핑이고 식도락이 아닐까 싶다.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여행이 주는 일탈의 기쁨은 곧바로 쇼핑으로 이어져 개인 경제의 일탈에 까지 이른다. 지름신의 강림! 열심히 카드로 긁어 유럽 전역에 자신의 싸인을 뿌리는면서 마치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문제는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한글로된 결제 내역을 받았을 때다. 여행 전부터 여행의 후유증이 나타난다니!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담담히 받아들였지만, 여행 전에 구입한 물품 목록을 만들어보니 이건 뭐…. 어쩌면, 지금 이렇게 여행기를 적게 되게 된 이유도 이번 여행에 투자한 금액을 자위적으로 합리화하고 보상해 보겠다는, 면피 목적이 크다. 투자를 했으면 성과가 있어야 하니,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로 여행기를 시작한다. 여행 준비과정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01. 니콘 쿨픽스 S600 / 추가 배터리-
02. 애플 아이팟 터치(16G)
03. GOLLA 케이스
04. 아이팟 케이스 – 캡슐(오렌지)
05. BOSE In-Ear 이어폰
06. 시티뱅크 국제 현금 계좌 개설 / 카드 발급
07. UrbanTools Hipholster
08. Alain Mikli(알랭 미끌리) 썬글라스
09. 외장 배터리(동경에서 구입)
10. Paypal에서 아이튠즈 스토어 기프트 카드 구입 /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앨범 구매
11. FON 인터넷 공유기
12. 영어 / 일본어 회화 핸드북
1. 니콘 쿨픽스 S600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건축답사였고 카메라는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었다. 미놀타가 소니에 인수되게 전에 구입한 코니카미놀타의 다이낙스 5D를 가지고 있었지만 DSLR을 여행내내 목에 걸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DSLR을 가지고 사진을 찍다보면, 전문적이고 상업적인 용도의 사진을 찍는다고 오인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문제가 되는 곳에선 카메라를 꺼내놓기가 부담스러웠다.. DSLR을 가지고 다니는 것부터가 요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한장의 사진이라도 더 남겨오려면 도둑촬영이 용이한 컴팩트 카메라가 필수적이다.
니콘의 S600을 구입하기까지 건축사진에 적합한 컴팩트카메라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행히 광각을 지원하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행을 준비하던 작년 초에만해도 적당한 카메라는 찾기 어려웠다. 건축사진을 위해선 카메라의 스펙 중 가장 따져봐야 할 부분이 렌즈의 화각과 밝기인데, 대부분의 컴팩트 카메라가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화사한 인물사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건축사진엔 적합하지 않다. 화각이 좁을수록 커다란 건축물을 한장의 사진에 닮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렌즈 밝기도 중요한 부분이다. 인물사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연광 그대로를 사진에 닮기 위해선 밝은 렌즈를 갖춰야 한다. 건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빛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렌즈의 밝기가 왜 중요한지 바로 답이 나온다. 외관 사진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내부 인테리어나 빛을 주제로한 사진을 찍기 위해선 렌즈가 밝아야 하는데, 컴팩트 카메라 중에서 광각의 밝은 렌즈를 채택하고 있는, 건축사진에 적합한 카메라는 의외로 많지 않다.
니콘, 캐논, 소니, 후지, 코닥, 파나소닉, 펜탁스, 리코, 라이코, 올림푸스, 삼성….. 수많은 카메라 업체들이 다양한 신기능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건축을 위한 컴팩트카메라는 몇개 되지 않는다. 제품의 수는 많지만 디지털 제품의 특성상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한 두해가 지나면, 신제품과는 기능과 가격면에서 비교할 수 없게 된다. 2002년에 동경에 여행을 가면서 구입한, 생애 첫 카메라이자 디지털 카메라인 니콘의 쿨픽스 5000은 당시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광각을 지원하는 니콘제품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끄고 켤 때 몇 초간 로딩을 기다려야 하고 사진을 찍을때마다 사진데이터가 메모리로 전송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하이엔드급의 카메라였고 150여만원의 고가에 구입했지만 최근의 보급형 제품보다도 기본적인 기능이 떨어진다. 카메라의 자동 포커싱이나 필름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활성소자, 화이트 밸런스 등 기본적인 기능이 신제품에서 매번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무조건’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신제품이거나 출시 후 2년이 넘지 않은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다.

사진출처: dc.watch.impress.co.jp / www.ricoh.co.jp
최근에는 광각을 지원하는 컴팩트 카메라가 대중적으로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1년전에 비해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전부터 꾸준히 광각 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는 니콘과 리코, 파나소닉 정도로 볼 수 있다. 캐논이나 소니등 기타 다른 업체들도 광각 제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냅용으로 적합한 소형의 보급형 제품의 경우, 위의 3개사 정도로 압축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캐논의 경우, 히트상품인 익서스 시리즈 자체가 뽀샤시한 인물사진으로 유명해서인지 적합한 광각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원래, S600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2년간 리코의 제품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리코의 GR-D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GX100 이후, GR-D II 가 나오는 동안 높은 가격과 사진의 색감, 노이즈때문에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보급형 제품라인인 리코의 R시리즈는 컴팩트카메라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광각과 망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렌즈의 밝기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작은 몸통 안에 28~200mm까지 가능한 막강한 렌즈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렌즈의 밝기가 F3.3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아쉽다. 사실, 광각의 밝은 렌즈를 채택할 수록 카메라의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싼값에 많이 팔기 위해 만드는 보급형 디카 시장에서 광각의 밝은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귀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사는데 가격을 올리면서 광각을 넣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파나소닉 루믹스의 경우, 렌즈의 시야각과 밝기에 있어서 어느 업체와도 차별화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제품들이 25mm / F2.8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루믹스의 히트상품인 LX2에 이어 작년 7월 2년만에 출시된 LX3의 경우, 24~60mm/F2.0~2.8 의 스펙을 보여주고 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60만원 초반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듯한데, 루믹스의 컴팩트 카메라 중에서는 고급형의 제품라인이기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을 어쩔 수 없을 듯 싶다. 리코의 GR-D와 같이 다양한 악세사리를 제공하여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니콘의 경우는 S600 이후, S710과 S610c 두 개의 광각제품을 출시하였는데, S600과 렌즈의 스펙에 있어 큰변화는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가장 눈여겨 볼 점은, 가격인 듯 싶다. 니콘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건축사진에 적합한 광각의 밝은 렌즈를 갖춘 ‘저렴한 스냅용 제품’ 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S600의 경우, 기계적인 지연시간이 거의 없고, 찍은 사진에 음성을 녹음할 수 있어 여행을 기록하기에 유용하다. S600은 광각의 밝은 렌즈 외에도 빠른 구동과 휴대 편의성, 저렴한 가격(구입 당시 가격: 32만원), 음성 녹음 기능, 조작이 쉬운 인터페이스, 평균 이상의 접사 기능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어 건축사진을 위한 스냅용 카메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이미 1년이 지난 모델이고, 후속 모델이 나와 있는 상태라, S600을 기준으로 니콘의 쿨픽스 모델을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듯 싶다.
사실, 렌즈의 시야각과 밝기만으로 카메라를 고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인 사진이 맘에 들어야 자신에게 맞는 좋은 카메라가 된다. 다만, 건축답사를 위한 카메라를 고를 때, 광각의 밝은 렌즈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워낙 많은 제품들이 나오고 있기때문에 건축여행을 위해 카메라를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위의 두가지 사항으로 후보를 압축시킨 후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른다면 수십대의 디카를 놓고 갈등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