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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유 파리행 관람 티켓 : [사랑해, 파리]
written by leopon9
2009. 05. 11|9:11 pm
Avatar of leopo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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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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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묶은 영화, < 사랑해, 파리>. 18개 단편의 공통점은 제목의 두 단어로 요약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벤트, ‘사랑’ 과 장소로서의 ‘파리’. 이 두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제목, “사랑해, 파리” 는 두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I love NY(NewYork)” 처럼 ‘이 도시를 사랑한다’ 는 식의 도시 홍보 캠페인의 성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인연을 만나고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가 다름 아닌 파리였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 사랑해, 파리>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파리에서 잃어나는 사랑의 에피소드를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와인향과 샹송에 취해 해질녘의 세느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상상에 젖어든다. 이미 세계인에게 파리는 낭만과 사랑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관객은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한다. 하지만, 18개 에피소드 중 브뤼노 포달리데 감독의 몽마르트 언덕의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다 인연이 되는 사랑이야기와 마임을 소재로한 실뱅 쇼메 감독의 작품 등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관객의 기대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연출한 월터살레스와 다니엘라 토마스가 만든, 자신의 아기를 맡기고 보모 일을 나서는 젊은 이민자 여성의 이야기, 한순간 반해버린 소녀를 찾아나섰다가 칼에 찔려 거리에 쓰러진 남자가 응급구조원이 운명의 그녀를 만난다는 이야기 등은 낭만의 도시, 파리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민자 여성의 애환도 분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파리의 일상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관객이 예상한 로맨틱하고 에로스적인 사랑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보여준다기보다 파리의 일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텐데, 이 같은 방법으로 도시를 설명하는 방식이 나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을로>처럼 멜로임에도 불구하고 건축 및 관광정보를 억지로 주입하는, 마치 관광홍보용 자료로 오인되기까지 하는 영화보다는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도시를 설명하고 있다) 사전정보 없이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준다는 점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가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실재의 파리가 어떻든간에 대중들이 원하는 파리는 무조건 로맨틱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막연한 상상 속에서, 파리라는 도시는 실재의 모습과 무관하게 하트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것 같다.

< 사랑해, 파리>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파리에 대한 로망과 환상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 아냐!’ 이렇게 생각하면서 파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또다시 의심이 생긴다. 파리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바라본 < 사랑해, 파리>가 파리지엥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영화에 참여한 20여명의 감독 중 프랑스 출신의 감독은 고작 5명에 지나지 않는다. 18개의 단편 중 4개의 에피소드만이 프랑스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5편이 각각 5명의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유럽에 속한 프랑스의 한 도시를 주제로 한 영화가 지나치게 미국인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더라도 서울사람이 느끼는 서울과 부산사람이 바라보는 서울은 전혀 다른 곳이다. 미국인이 말하는 파리가 실재 파리와 같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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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를 통해 죽은 아들과의 재회를 보여주는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단편이나, 구스 반 산트의 단편, 코엔 형제가 만든, 지하철에서 건너편 벤치에 앉은 커플의 애정행각을 훔쳐보다 봉변당하는 미국인 관광객의 이야기 등은 외부인의 눈에 비춰진 파리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구스 반 산트의 단편은 동성애 이전에 언어의 장벽이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으며, 코엔 형제의 이야기는 미국인 관광객의 상상(서울에선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식)일 뿐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캐나다 감독, 빈센트 나탈리의 단편도 캐나다 관광객이 등장하고,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오스카 와일드의 묘지에서 벌어지는 휴가 온 커플의 이야기도 어디까지나 관광객, 이방인의 시선에서 다뤄지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배우지망생도 영어로 말하고 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단편에서 마약을 하는 여배우도 영어권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마지막 단편, 알렉산더 페인의 작품은 휴가 온 미국인 여성이 파리의 일상을 보면서 삶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인데, 나레이션은 거창하지만 단지 일탈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파리가 중요하진 않다. 미국인, 그녀는 굳이 파리가 아니라 서울 남대문 앞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었을지 모른다.

과연, < 사랑해, 파리>가 말하는 파리는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18개 단편 중, 10편이 아메리칸 관광객(영어권) 시점으로 그려지고 있다. 앞에서 파리에 대한 환상을 접고 일상을 바라보자고 한 말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 사랑해, 파리>의 반 이상은 아메리칸이 꿈꾸는 파리의 환상으로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사실, 도시의 특징, 성격을 이야기 할 때, 관광객, 즉 외국인의 시각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때 얻은 “Dynamic Korea” 이라는 이름도 외국 언론에 의해서 지어진 것 아닌가! 우리가 저들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은 외부의 시선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 사랑해, 파리>에서 관광객의 시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세계 속의 파리가 아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의 세계관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관객은 파리 직항, 낭만노선 티켓을 발권하고 상영관에 앉았는데, 알고보니 비행기는 애초부터 미국을 경유하는 노선이었더라! 출입문을 열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관객이 바라고 예상했던 여행은 실망으로 가득찬다. 사랑과 파리, 두 단어만으로 조합된 제목이 반응한 결과물 치고 < 사랑해, 파리>는 너무도 엉뚱한 곳에 착륙한 셈이다. 파리지엥의 로맨틱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카우보이가 왼말이냐! 파리는 어디에 있냐 말이지. (< 파리, 텍사스>가 떠오르는 엉뚱한 상황이랄까!)

영화가 말하는 파리와 관객이 욕망하는 파리, 실재의 파리가 모두 다른 곳이란 점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 사랑해, 파리>였다.

  • skyrui

    很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