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신1동 327-27번지, 동대문 한복판에 1965년에 지어진 중정형 아파트가 살아있다. 1층의 관리실을 통해 들어가면 길다란 중정이 보인다. 이 중정을 가운데 두고 복도식 세대의 현관이 마주보고 있다. 1965년 주택공사가 지은 이곳은 상류층을 타겟으로 만들어져 입주 초기에만 해도 고급 아파트로 알려졌다. 한때,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연예인 아파트’ 로 불리던 곳.
40여년전에 지어졌지만, 지금의 주상복합처럽 단일동으로 지상 1~2층이 상가로 계획되었고, 중정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관리실을 배치하여 아파트 전반을 관리하였으니, 배치 및 동선 계획은 지금봐도 세련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동대문 주변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아파트가 품고 있는 중정 안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평안한 오후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는 공간감이다. 복도식 아파트가 사라진지 오래며, 무조건적인 남향 선호와 수천세대의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뿐이니 말이다. 삶에 있어 편리함이 강조되고 있지만, 편하기만 하면 삶이 아름다워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60년대의 아파트 평면이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노후된 설비가 효율적이지도 않겠지만, 동대문 아파트가 품고 있는 햇살 가득한 중정은 낡을 수록, 오래될수록 정겹고 따뜻하게 익어간다. 자본주의가 제 1의 도덕이며 원칙인 것 처럼 번성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언제 이 낡고 늙은 아파트가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르지만, 저 중정에서 받았던 따뜻한 기운만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왜 지금 우리의 시대엔 저런 아파트를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21세기가 되면 많은 것들이 실현되리라 기대하면서 밀레니엄의 축제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얻은 것보다 잃고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동대문 운동장의 묘지 건너편에 마흔을 넘긴 아파트가 외로이 서 있다. 제 이 제 삼의 동대문 아파트가 생겨나길 바라며 제 1의 동대문 아파트가 오래도록 살아있길 바란다.
서울의 태양 아래서 아파트 중정에 매달린 빨래들이 바짝 말라간다. 아~ 따뜻해!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따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