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은 이 건물과 마주한 첫 순간에 찍은 것이다. 멀리서 건물들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녹색을 찾아 들어갔더니 건물은 등을 지고 서 있었다. 이 길에서는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었다. 도둑처럼 울타리를 넘을 수도 없어 다시 길을 빠져나왔고 한 블럭을 뺑~ 돌아서 반대쪽에서 통로를 찾기 시작했지만 녹색집으로 통하는 길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스튜디오 토닉은 정말 깊숙히도 숨어 있었다.
Ark Tour의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서 밝혔듯이, 이번 여행은 아이팟 터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에서 소개한 MIMOA (http://mimoa.eu)에서 건축물의 위치 정보(주소)를 받아 아이팟에 입력한 후 기본 내장된 구글지도를 통해 현지에서 가이드 없이 혼자서 건축물을 찾을 수 있었는데, 미모아(MIMOA)의 주인장이 네덜란드인이라서 그런지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의 위치정보가 정확히 일치했고 아이팟의 구글지도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스튜디오 토닉, 이 녹색 덩어리는 아이팟 구글지도를 최대로 확대해 보면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건물의 배면을 보고 돌아온 길이 아니었다면, ‘주소가 틀렸구나’ 생각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난 건물 반경 100미터 안에서 동네를 몇바퀴째 돌고 있었다.
큰 길가에서는 왼쪽 사진에 보이는 작은 싸인만 보일 뿐이니, 저 앞을 두번 지나치고 세번째가 되서야 길을 찾았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진 않을 것이다. 싸인의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블록 전체의 안마당 같은 곳에 녹색의 덩어리가 보였다. 건물의 용도 자체가 소규모의 아뜰리에다보니, 안쪽으로 향하는 통로를 들어서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결국 찾았다. 그런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없다니! 물론, 노크를 하고 들어가 사정해볼 수도 있었지만, 건물의 위치와 용도자체가 너무도 프라이빗한 곳이다보니 외관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어렵게 찾고, 사진 몇장 찍고 돌아서는 허무함. 이건 어쩌면 기대에 부풀어 떠나는 여행길에서 한번 이상은 느끼게되는 감정이 아닐까! 어차피 여행이란 성과를 얻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허무함을 달랬다. 어쩌면, 녹색의 건물을 찾은 것보다 “79d(화살표)thonik” 이라는 싸인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을것 같았다.

오늘쪽에 “A” 라고 마킹된 곳이 미모아에 나와 있는 주소로 찾은 구글지도의 위치정보였다.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녹색의 원 안에 스튜디오 토닉이 있다. 왼쪽 상단의 녹색 원이 녹색 말뚝이 있는 자리.
대략 한시간 동안의 허무한 보물찾기를 마치고 수변을 따라 걷다가 다리 앞에서 하얀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쉬고 있는 녹색의 말뚝을 발견했다. 스튜디오 토닉과 같은 녹색에, 말뚝의 끝이 갈매기와 같은 하얀색이어서 회색 강물에 녹색 말뚝, 흰색 갈매기가 선명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 아, 오늘 내가 찾은 것은 회색 도시 속에 숨어있는 녹색이었구나!’
갈매기가 내려 앉은 말뚝을 보면서, 도심 속에 녹색의 덩어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래서 멋진 무대가 되어 주고 배경이 되는 것 만으로도 건축이 의미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뚝은 갈매기의 쉼터이고, 거기에 칠한 녹색은 잿빛 강물을 사진찍을 만한 배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며 배경이 되고, 건축의 색채는 회색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스테르담의 녹색집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갈매기가 내려앉은 작은 말뚝에게서….
이번 여행에서 MVRDV의 Studio Thonik은 그 앞 강가의 말뚝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길 잃은 여행자가 되어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MVRDV의 Studio Thonik을 찾아 도심 속 보물찾기를 즐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건물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도시 속 건축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과 같으니 보물은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녹색, 그 차체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