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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sterdam
회색 도시 속, 숨어있는 녹색을 찾아라 : Studio Thonik
written by leopon9
2009. 06. 17|8:59 am
Avatar of leopo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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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shadow

thonik_01.jpg

위의 사진은 이 건물과 마주한 첫 순간에 찍은 것이다. 멀리서 건물들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녹색을 찾아 들어갔더니 건물은 등을 지고 서 있었다. 이 길에서는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었다. 도둑처럼 울타리를 넘을 수도 없어 다시 길을 빠져나왔고 한 블럭을 뺑~ 돌아서 반대쪽에서 통로를 찾기 시작했지만 녹색집으로 통하는 길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스튜디오 토닉은 정말 깊숙히도 숨어 있었다.

Ark Tour의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서 밝혔듯이, 이번 여행은 아이팟 터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에서 소개한 MIMOA (http://mimoa.eu)에서 건축물의 위치 정보(주소)를 받아 아이팟에 입력한 후 기본 내장된 구글지도를 통해 현지에서 가이드 없이 혼자서 건축물을 찾을 수 있었는데, 미모아(MIMOA)의 주인장이 네덜란드인이라서 그런지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의 위치정보가 정확히 일치했고 아이팟의 구글지도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스튜디오 토닉, 이 녹색 덩어리는 아이팟 구글지도를 최대로 확대해 보면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건물의 배면을 보고 돌아온 길이 아니었다면, ‘주소가 틀렸구나’ 생각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난 건물 반경 100미터 안에서 동네를 몇바퀴째 돌고 있었다.

thonik_02.jpgthonik_03.jpg

큰 길가에서는 왼쪽 사진에 보이는 작은 싸인만 보일 뿐이니, 저 앞을 두번 지나치고 세번째가 되서야 길을 찾았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진 않을 것이다. 싸인의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블록 전체의 안마당 같은 곳에 녹색의 덩어리가 보였다. 건물의 용도 자체가 소규모의 아뜰리에다보니, 안쪽으로 향하는 통로를 들어서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결국 찾았다. 그런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없다니! 물론, 노크를 하고 들어가 사정해볼 수도 있었지만, 건물의 위치와 용도자체가 너무도 프라이빗한 곳이다보니 외관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어렵게 찾고, 사진 몇장 찍고 돌아서는 허무함. 이건 어쩌면 기대에 부풀어 떠나는 여행길에서 한번 이상은 느끼게되는 감정이 아닐까! 어차피 여행이란 성과를 얻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허무함을 달랬다. 어쩌면, 녹색의 건물을 찾은 것보다 “79d(화살표)thonik” 이라는 싸인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을것 같았다.

thonik_search.jpg
오늘쪽에 “A” 라고 마킹된 곳이 미모아에 나와 있는 주소로 찾은 구글지도의 위치정보였다.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녹색의 원 안에 스튜디오 토닉이 있다. 왼쪽 상단의 녹색 원이 녹색 말뚝이 있는 자리.

대략 한시간 동안의 허무한 보물찾기를 마치고 수변을 따라 걷다가 다리 앞에서 하얀 갈매기들이 내려앉아 쉬고 있는 녹색의 말뚝을 발견했다. 스튜디오 토닉과 같은 녹색에, 말뚝의 끝이 갈매기와 같은 하얀색이어서 회색 강물에 녹색 말뚝, 흰색 갈매기가 선명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 아, 오늘 내가 찾은 것은 회색 도시 속에 숨어있는 녹색이었구나!’

갈매기가 내려 앉은 말뚝을 보면서, 도심 속에 녹색의 덩어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래서 멋진 무대가 되어 주고 배경이 되는 것 만으로도 건축이 의미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뚝은 갈매기의 쉼터이고, 거기에 칠한 녹색은 잿빛 강물을 사진찍을 만한 배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며 배경이 되고, 건축의 색채는 회색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스테르담의 녹색집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갈매기가 내려앉은 작은 말뚝에게서….

thonik_04.jpgthonik_05.jpg

이번 여행에서 MVRDV의 Studio Thonik은 그 앞 강가의 말뚝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길 잃은 여행자가 되어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MVRDV의 Studio Thonik을 찾아 도심 속 보물찾기를 즐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건물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도시 속 건축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과 같으니 보물은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녹색, 그 차체였던 것이다.

  • http://waarheid.tistory.com 펨께

    성과를 얻는것이 아니라 과정을 즐긴다라는 말 좋으네요.
    떠나는것 자체가 즐겁고 성과를 얻을수있다면 더욱 여행의
    보람을 얻는게 저의 여행태도랍니다.
    주인장에게 노크라도 한번 해보시지 그냥 돌아셨군요.

    • LEOPon

      그러게요. 아쉬웠어요.
      워낙 골목 깊숙히 있는데다가 조용하고
      나와있는 사람이 없어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그래픽 디자인 사무소라 민감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펨께님은 가보셨나요?
      보물찾기 하는 맘으로 여럿이서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 http://ipodart.tistory.com/ ipodart

    와~ 멋져요. 말뚝과 초록집의 연결.
    글밑에 동그라미, 시키는데로 다 했어요.ㅋㅋㅋ
    블로그가 멋져서 바로 구독했어요. :D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닉네임(아이디) 옆에 태극기 만큼이나 사과 마크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IPODART님의 아이팟 리뷰 보면서 집에 있는 아이팟 터치를 한번 더 만지게 되네요.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tirun.tistory.com/ 티런

    팸께님도 들리시는곳이네요.ㅎㅎ
    익숙치않는 용어들이 많지만..찬찬히 이 공간에 적응해볼생각입니다.
    너무 멋진 공간에 흥미로운 글과 사진들 잘보고갑니다^^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고맙습니다, 티런님.
      앞으로 좋은 의견 많이 부탁드립니다.

  • http://chohamuseum.net 초하

    건물에 녹색을 칠했다는 것만으로도 눈에 많이 띕니다.

    ㅎㅎ 위 다 제가 아는 분들이세요~~ 우와~~ ㅎㅎ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반갑습니다. 초하님.
      위에 댓글 남기신 분들이 다들 블로그 활동이 활발하신 분들이라… :)
      초하님도 마찬가지고요.

  • http://chohamuseum.net 초하

    왜 댓글이 안 달리죠… 음.

    녹색으로 칠한 것만으로도 눈에 띕니다.
    ㅎㅎ 우와, 와~~ 윗 불들, 다 제가 아는 분들이세요~~ ㅎㅎ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혹시 댓글을 입력하고 확인버튼을 눌렀을 때, 오류 메세지 같은 것이 뜨나요?
      지금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와 레이아웃 수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서 버그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 http://bacon.tistory.com Bacon

    흠.. 여긴. 플랫폼이? @_@
    블로그 레이아웃이 다소 익숙치가 않아서…;; 헤매고 있다는…;;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설치형 워드프레스 기반입니다.
      사이트에 대한 좋은 의견 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http://yim3204.tistory.com 분홍별장미

    예전 제가다니던 초등학교 건물도 녹색이였는데 ;;; 지금은 부셔서 없어졌지만..;; 또 다음에는 똥색으로 칠하기도 했구요.. 학교 아저씨가 색을 고르는것 같기도 (⌒o⌒) 첫번째 사진 옆건물도 독특한것 같은데요..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학교 아저씨가 색을 고른다” :wink:

      사실 건축물에 색채를 넣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도,
      모르면 용감하다고 쉼게 생각하면 칠하면 그만인 것이 색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색채를 만만하게 보는 분들이 많죠. 전문가가 괜히 있는게 아닌데도 말이죠.
      저두 건축외관 디자인에서 색채는 생각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과감한 것과 용감한 건 분명 다른거니까요.

    • http://yim3204.tistory.com 분홍별장미

      저기..이곳은 RSS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한RSS 에서 추가할려니 오류가 나서 ;;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http://leopon.co.kr/?feed=rss2 입니다.
        위에 보시면 진한 회색의 광고박스 안에 주황색의 구독버튼을 누르시면 한RSS에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