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걷다가 황당한 광고물을 발견했다. 뱅뱅사거리 건널목 신호등에 붙어 있는 광고판이 바로 그것인데, 애초의 의도가 어떤 것이건 간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레이아웃이다. 광고판의 아래 위를 번갈아 가면서 읽어보자.
“범죄 예방, 경찰은 3분 거리에!” (어디에 있다? 바로) “양재역 4번 출구 건설산업교육원 7층”
“학생과 함께하는 우리의 경찰” (누구와 함께한다?) “커풀룸 완비”
“상담 신고 비밀보장” (무슨 비밀?) “두피, 탈모, 피부, 경락”
“범죄 신고는 112″ (탈모 상담은?) “5757-552″ 또는 “주소창에 인다모.COM”
중앙에 웃고 있는 남녀의 얼굴이 보입니까? 머리 스타일이 예사롭지 않죠. 커플룸에서 가발을 맞춘 후 환하게 웃고 있는건가요? 그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포돌이! 경찰이 품질을 보증하고 나섰으니 망설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전국검찰청과 교육청의 전화번호 밑에 이렇게 쓰여 있죠. “이 홍보물을 훼손하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커풀룸을 완비한 인다모, 법의 보호를 받는군요.

‘커플룸이 완비된’ 업체로 부터 돈을 받아, 청소년을 선도하고 보호하겠다니! 이 광고물 한 판의 레이아웃은 현 경찰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 같다. 경찰이 3분 거리에 있음 뭘하나! 바로 밑에 있는 탈모 광고 하나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데. 법의 테두리가 어디까지인지 경찰 스스로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 두피 관리 업체의 광고물을 건드렸다가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공중파 TV에서는 특정 제품의 직접적인 노출을 막고 있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가슴팍에 테잎을 붙이고 나오는 일이 흔하다. 행여나 실수로 특정 상표나 브랜드가 노출되면 담당 PD는 처벌을 받는데 방송의 공공성이 강조되다 보니까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경찰정보신문사를 경찰 전체로 확대하지 않고 공공의 매체로 축소하여 본다 하더라도 이런식의 홍보물은 잘못된 것이며, 이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홍보물을 훼손하면 처벌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청소년 선도와 탈모 예방이 대체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까? 이 광고물은 법치를 훼손하였으니 현행범으로 잡아가야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