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왼쪽)” 와 “물의 교회(오늘쪽)” 입니다.) 사진 출처 : 바게의 열린공간(http://bage.tistory.com/)
교회임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은 십자가다. 교회 건축에 십자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교회는 곧 ‘십자가의 공간’ 으로 이해되고 있을 만큼, 십자가의 상징성은 크다 할 수 있다. 어떻게 생긴 건물이건 십자가를 내걸면 일단은 교회로 인식된다. (뒤집어 얘기하면, 교회 건축을 평가할 때 십자가를 지우고 공간만을 바라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십자가는 교회를 나타내는 강력한 상징물이기 때문에 교회 설계에 있어 십자가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절대적인 신의 존재 또는 종교적인 공간으로서의 경건함을 전달하기 위해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대부분 교회 건축엔 십자가 주변이 신이 만든 ‘자연’으로 채워진다. 바람의 교회, 물의 교회, 빛의 교회…. 안도 타다오의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십자가 앞으론 햇살이 비추고 물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간다.


사진 출처 : Flickr 에서 litina_rose(왼쪽), hayabusa future(오른쪽) 님의 앨범
동경 오모테산도힐즈 건너편에 위치한 동경 유니언 교회, 이 건물의 외관엔 두개의 십자가가 있다. 낮에는 첨탑 위의 십자가가 여느 교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지만, 밤이되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낮에 없었던 새로운 십자가가 행인의 시야에 들어온다.
교회의 현관, 목재문 위로 떨어지니는 빛 줄기가 바로 그것이다. 신이 만든 빛은 아니지만, 신이 만든 나무 위에 은은하게 비취는 십자가는 이 도시를 지키는 수호천사의 표식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이 보라고 높은 곳에 세우지도 않았고, 좀더 잘 보이라고 빨간색 내온을 두르지도 않았고, 눈부시게 밝지도 않다. 행인의 눈높이 즈음에 존재 자체를 과시하지 않고 은은한 빛을 담아내고 있는 십자가. 꼭 웅장하고 커다랄 필요가 있을까! 이 도시의 욕망과 자본의 욕망을 조용히 타이르고 있는 것 같다.
하늘 높은 곳에 세운 십자가는 어둠과 욕망이 내려 앉은 도시의 길바닥을 비추기엔 너무도 멀리에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겠지만, 이 앞을 지나는 어느 하나에게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곧게 새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교회가 할 일일 것이다. 우리 주변의 교회 건축을 돌아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꼭 크고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만질 수 있는 십자가는 어떨까?
동경 유니온 교회는 낮보다 밤에, 거대하고 기념비적인 스케일이 아닌 작은 빛 줄기 하나로 행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Tokyo Union Church
5-7-7 Jingumae, Shibuya-ku, Tokyo
3400-0047
Subway Station: Omote sando (Chiyoda, Ginza and Hanzomon lines) A1 Exit
JR Train Station: Harajuku (Yamanote Line)
Taxi: Key Phrase, “Omote sando eki”

동경 유니온 교회의 건축물에 대한 자료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교회 홈페이지(http://www2.gol.com/users/tuc/index.htm)에서 지금 자리에 있었던 이전의 교회 건물이 1979년에 보수를 검토하다가 1980년 9월, Nishimatsu Construction Co.에서 디자인과 시공을 맡아 재건축하는 것을 결정되었다는 내용이 짧게 나와 있을 뿐이다. 어떤 일본 블로그에는 이 건물이 일본 건축가, 에드워드 스즈키(Edward Suzuki)의 작품인 것처럼 쓰여있었는데 에드워드 스즈키의 홈페이지(http://www.edward.net)에서 확인한 결과, 일본 건축가 협회(JIA)에서 주관한 공모전에서 동경 유니온 교회의 설계안으로 동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 프로필에 적혀 있었다.


과연, 이 교회를 설계한 사람은 누구일까?
Nishimatsu Construction Co.(http://www.nishimatsu.co.jp/) 와 Edward Suzuki 의 홈페이지 두 곳 모두 열어봤지만, 프로젝트 파일에서 동경 유니온 교회의 사진이나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마지막 방법으로 이메일을 써서 보냈다. 동경 유니온 교회와 에드워드 스즈키에게 건축가가 누구인지 가르쳐 달라는 내용으로, 받는 사람 입장에선 조금은 황당할 수 있는 메일을 새벽 3시라는 엉뚱한 시간에 보냈다. 일본과 한국은 시차도 없는데 말이다.
답장은 에드워드 스즈키로부터 왔다. 새벽 3시에 보낸 메일의 답장이 오전 6시 8분에 와 있었다.
“1982 Bronze Prize (Tokyo Union Church) Rejuvenation of Historical Buildings, JIA” was for a competition project which did not get built. Nishimatsu Construction Co. did not win any prize but they won the commission to actually design and build the new church.
일본건축가협회가 주관한 “Rejuvenation of Historical Buildings(역사적 건축물들의 재생)” 이라는 공모전에서 동경 유니온 교회의 계획안으로 동상을 수상하였지만 지어지진 않았고, 니시마츠 건설은 어떤 상도 받지 않았지만, 새 교회 건물을 실제 설계하고 건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이제 이 건물의 건축가는 알게 되었는데, 아직도 의문는 남는다. 교회의 홈페이지에선 1980년에 이미 교회를 니시마츠 건설에 맡겼다고 적고 있는데, 에드워드 스즈키가 동상을 받는 시기가 82년이라는 점. 아마도 당시 공모전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의문이 아닌가 싶다. 원래 건축이란 것이 디자인과 결과물 만으로 말 할 수 없는지라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