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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같은 형태 다른 디테일: 런던의 서더크 역와 서울의 광화문 역의 시설물
written by leopon9
2009. 09. 17|7:30 am
Avatar of leopo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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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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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언더그라운드(지하철) 서더크(southwark) 역에 설치된, 난간 및 조명 시설물의 모습이다. 가느다란 유선형의 시설물은 통로 계단을 날카롭게 가르고 서있다. 이 시설물이 눈에 띄는 이유는 날렵한 유선형의 형태와 좌우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좌우대칭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형태를 돋보이게 해주는 시공 디테일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시설물의 앞뒤 면은 예리한 예각의 곡면으로 마무리 되는데 이 곳의 시공방법이 전체 덩어리의 느낌을 좌우한다 할 수 있다. 막힘 줄눈으로 시공된 천연석 부분이 전체적으로 2~3 cm 두께의 판석으로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앞 뒤의 못서리 부위에서 하나의 통돌로 마무리 됨으로써 전체 덩어리가 제값의 무게와 질감을 갖추게 된다.

석재마감 부위와 조명부위가 연결되는 곳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검은색으로 도장된 금속 프레임이 두 재료을 연결해주고 있는데, 잘록하게 파고 들어가 금속 자체의 존재감은 줄고 석재 볼륨 위에 동일한 유선형의 조명이 얹혀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검은색 도장의 옴폭한 금속 연결부위가 두 재료를 구조적으로 연결해주면서 시각적으론 분리시켜주고 있다.

시설물이 설치된 장소도 중요하다. 계단 중앙에서 동선을 분리시켜주는 핸드레일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바닥면의 높이가 변하는 곳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비행기 날개와도 같은 섭세한 유선형의 덩어리와 수평과 수직뿐인 계단의 선이 충돌하면서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 되고 있다.

이런 설명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라.

서울 광화문역에 세종문화회관 방향의 통로에 설치된 시설물의 모습인데 런던 서더크 역 통로의 것과 거의 같은 형태와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우연일까?) 서울 메트로와 런던 언더그라운드, 두 도시 지하철이 교감하는 듯이 똑같은 시설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광화문의 설치물, 뭔가 허전하고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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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오른쪽 두장의 사진을 자세히 보자. 석재 판석의 마구리면이 그대로 노출된 채, 코킹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 이 설치물은 껍데기만 석재일 뿐 속은 알 수 없는 공허하고 가볍기 짝이 없는 싸구려임이 드러난다. 석자재의 무게감과 단단한 질감은 찾을 수 없다. 조명부분의 아크릴도 엉성하게 맞물려 양면의 판이 만나는 순간 한쪽 모서리가 어긋나서 들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석재 매스와 조명 매스를 연결하는 금속 프레임은 어떤가! 조명보다도 반짝거리는 스테인레스 스틸. 연결부위가 조명부 보다도 빛나다보니 오히려 조명 마감면이 금속 프레임보다도 들어가 있는 것 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석재 자체도 잘못 선택되었다. 석재 면의 패턴이 작은 시설물에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강하며 크고, 판마다 이색이 강해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지지 않고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다.

서더크 역의 시설물의 경우, 계단에 설치되어 시각적으로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는 반면, 광화문 역의 시설물은 천정도 낮고 수평적인 변화도 없는 곳에 설치되었고 별다른 기능도 없이 기둥 사이에 배치되서 보행자의 동선을 답답하게 가로막고 서 있어 장애물로만 보일 뿐이다. 핸드레일이 필요한 곳도 아닌데, 뭣하러 좁은 공간을 비짚고 이런 장막을 끼워 넣은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기능이 없으니 당연히 오브제로서의 가치만 남았는데 런던에 있는 것보다 흉하기까지 하니, 이 물건은 대체 뭣에 써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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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축과 디자인은 지나치게 형태에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 90년대, 지어질 것 같지 않는 계획안으로 유명하던 자하 하디드가 이 시대 최고로 각광받는 건축가가 되었고, 동대문에 그의 유선형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좋은 디자인, 잘된 디자인은 결코 형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똑같은 형태도 그에 맞는 시공법과 상세 계획이 뒤받침되어야 비로소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어차피 창조란 것이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 말하고 싶다면 형태를 모방하기에 앞서 디테일과 시공의 섬세함을 모방해야 하지 않을까!

  • http://leopon.co.kr/members/chocopark/ chocopark

    :oops: 질문 있습니다. 광화문역 사진 바로 아랫줄에 “석재 판석의 마구리면이 그대로 노출된 채,” 라는 내용에서 ‘마구리면’ 이라는 단어가 ‘마무리면’이라는 말의 오타 아닌가요? 아니면 전문 용어인가요? 답변 부탁드려요.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마무리’ 로…
      여기서 ‘마구리’ 는 판석 재료의 가공되지 않은 옆면을 말한 것입니다.

      사전 상으로도 길쭉한 재료의 양 옆면 또는 수직 단면 이란 뜻으로 나와 있네요.

  • dong02ya

    영국 지하철의 조형물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에게 광화문역 사진을 보여준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지네요.. 어떻게보면.. 관공서에서 조차도 Design fee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잘못된 디자인 이프라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http://leopon.co.kr/members/a_day/ 홍반장

    건축의 형태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이 건물과 저 건물이 유사하다… 모방이다’ 라는 말은 이제 별 의미가 없는 듯한데요. 세상 건물을 다 뒤지면 어떤게 먼저인지도 모르게 이런 형태는 아마도 수천수만개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할 건, 그 곳에서 적절하게 이용되어지나 이지 않을까 싶어요. 디자인의 지적재산권이라는 것, 지식이라는 것… 만약 내가 디자인 한 것이 다른 곳에서도 잘 이용되어지고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은데요. 모두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안철수 바이러스백신이나 마이크로소프트…나.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말씀하신대로 모방 자체에 문제보다는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디자인이 앉혀졌는가? 또는 장소에 맞게 적용되었는가 하는 문제겠죠.
      이글에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두 시설물이 비슷하니까 혐의가 있다라는 점이 아니라, 비슷한 디자인을 보이는 두 시설물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시설물이 배치된 공간의 성격과 디테일 및 마감 완성도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광화문의 통로는 천정이 낮고 기둥이 중앙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위의 시설물로 인해 답답해지고 동선에 방해가 되는 역효과를 만들었으니까요. 계단이 있어 상대적으로 천정이 높아지는 서더크역 통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지적 재산권의 문제도, 사람에 따라선 화를 낼지도 모르는 거니까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이 들고(모방작품이라 가정한다면 말이죠) 그게 여의치 않으면….출처를 남겨주면 좋겠죠. ^^

  • sooha

    광화문역의 시설물은 의미를 담지 않고 있는 것 같네요. 서더크역의 것은 윗부분이 확실히 조명인데 반해 광화문의 것은 조명도 아닌….. 의미없이 디자인된 것이 아닌가; 조명이라 할지라도 바로 위에 천장등이있는데; 오히려 디테일의 허술함은 거슬리고.. 디자인의 경계는 사라져가고 비슷한 디자인도 많이 나오지만 확실히 모방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없는 모방이 안좋아보이네요.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모방이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기 위해선 원작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 껍데기만을 덧씌우다보면 디자인 작업 자체가 한없이 허무하기 마련이니까요.

  • http://leopon.co.kr/members/mili212/ 미리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이미 위에서 다 언급하셔서.. 쓸말은 없고.. 그저 한숨만… 휴=3

  • http://leopon.co.kr/members/greatpr/ 오렌지페퍼

    회색빛의 지하실 창고 같은 분위기에서 단지 시민의 원활한 통행을 위한 시설물로만 저걸 바라본다면 화려한(?) 중앙 분리대 정도 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