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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도시는 없다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written by leopon9
2009. 10. 12|5:17 pm
Avatar of leopo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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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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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늙은 노부부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말하는 영화다.

의사로부터 남편, 루디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루디는 남편을 설득해 자식들이 있는 도시(베를린)로 여행을 떠난다. 한 평생 시골마을에서 살던 노부부에게 도시의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손자, 손녀는 비디오게임에 정신이 팔려있고, 아들부부는 제 할 일에 바쁘고 딸은 여자친구와 연애에 빠져 있으니(레즈비언) 노부부는 바삐 자리를 뜬다. 자식들을 뒤로 하고 나선 길에 마주한 것은 지하철 티켓 발권기. 복잡한 노선도 속에서 목적지를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돈이 있어도 티켓을 살 수 없는 상황에 노부부는 화가 난다.

‘편하라고 만든 시설일텐데 도무지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이 도시는 나를 바보로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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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노부부를 반기지 않는다. 그의 자식들처럼 말이다. 코엔 형제가 만든 영화의 제목처럼, 정녕 ‘노인을 위한 나라’ 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노부부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하나밖에 없다. 트루디와 루디(남편), 둘이 함께라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트루디는 알고 있다. 루디가 곧 자신을 두고 떠날 것이란 사실을. 하지만 운명은 알 수 없는 것이라 잖턴가! 시한부의 남편을 두고 트루디가 먼저 죽음을 맞는다. 외로움은 모두 루디의 몫이 되어버리고, 고민 끝에 생전에 아내가 원하던 일본행을 결심한다.

아내가 가보고 싶어 했던 후지산이 있는 곳, 가장 아끼는 아들, 칼이 사는 곳.

하지만 결코 도시는 노인의 편에 서지 않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메트로폴리스 안에서 독일 시골 노인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고층의 빌딩 숲 안에서 어느 쪽에서 해가 뜨고 노을이 지는지, 동서남북 자연의 나침반 마저도 방향을 잃었다. 제 길 가기에 바쁜 도시인의 물결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기도 버겁다. 메트로폴리스, 동경에 표류한 시골할아버지, 루디. 그는 도로 모퉁이 난간에 순수건을 묶는다. 혼란스러운 이곳, 도시에서 그가 의지할 것이라곤 난간 위의 손수건이 전부다. 그만의 이정표며, 랜드마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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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와 건축이 루디의 손수건 만큼 따뜻하고 인간적일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은 아내 잃은 루디의 이야기 이면서 도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루디와 트루디, 두 노인은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이해되는데, 이는 베를린과, 동경의 도시 환경이 노인들을 배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식들이 그러했듯 도시는 노인을 반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통해, 사랑 후에 남은 것과 이 도시에 남겨진 것, 이 두 가지를 같이 생각해본다.

  • http://gemlove.tistory.com gemlove

    와 리뷰를 읽으니 진짜 보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어제는 다른 이웃블로거님 포스팅보고 체인질링 달렸는데 이것도 봐야겠어요 ^^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전 이영화를 보고 후지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에 대해 그리고 있는 부분이 조금 과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대도시 동경과 대조되는 후지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