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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섬, 자라섬을 가다 : 제6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written by leopon9
2009. 10. 25|11: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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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퐁(LEOPON)은 수표범과 암사자 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을 말한다. 1959년과 61년, 일본의 한신파크에서 레오퐁이 태어나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2세의 모호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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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국내의 음악환경은 지나치게 아이돌 중심의 힙합에 치중되어 왔다. 주류를 이루는 십대 타겟의 힙합 외에 다른 음악을 접할 기회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DJ 배철수가 TV예능프로에 나와, 국내의 POP음악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라디오에서 조차 새로운 음악적 체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역 ‘타워레코드’ 에서 당시, 타워레코드에서 배포하는 팝차트와 신곡 소개 전단 속에서 오늘 살 음반을 고르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원했고, 들을 수 있었다.

대학시절 한 때, 재즈 음악만 틀어주는 카페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강남역 씨티극장 뒤편의 오르막 길에 있던, ‘뉴올리언즈’ 라는 이름의 카페를 즐겨 찾았다. 라이브 연주는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지하 공간 안을 재즈 선율이 채우는 그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지금은 커피숍 조차도 별다방과 콩다방 등 브랜드 카페가 잠식해 버린 상황이다 보니 그런 공간을 기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양한 음악,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음악을 위한 공간, 음악을 위한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발이 지난 6년간 걸어온 길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당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재즈’ 라는 소수의 음악문화를 ‘축제’ 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정착시켰으니 말이다. 10대 아이돌 가수들이 무리지어 나와서 TV를 점령해버린 지금에, 중장년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재즈의 향연은 한마디로, 화합이라 할 수 있다. 집전화 번호가 7자리인 이유는 사람의 기억능력이 7자리가 넘어가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데, 국내에서 새롭게 결성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수는 그 숫자를 넘어서 버렸다. 음악적인 취향을 떠나서, 중장년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이 땅 위에서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늙는다고 다 설운도와 송대관을 찾는 것은 아니란 점을 명심하자.) 재즈 뮤지션 한 팀 보다도 아이돌 그룹 멤버가 더 많지 않은가!

모두가 함께 열광할 수 있는 언어, 그것이 바로 음악 아니던가! 화합과 열광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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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회~5회까지의 포스터들. 지난 10월 16일 ~ 18일, 3일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렸다. 2004년 시작한 재즈 축제는 벌써 6회를 맞았다.)

1. 재즈의 공간, 자라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를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자연” ,”재즈”, “사람” , 이 세 단어가 될 것이다. 지방 자체와 함께 장소마케팅이 활발히 펼쳐지면서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문화관련 이벤트들이 생겼지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처럼 장소의 힘이 크게 발휘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사실, 경기도 가평 내의 자라섬은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해방후 중국인들이 농사를 짓고 살던 곳이라 ‘중국섬’이라 불려졌던 이곳은 강물의 퇴적작용으로 인해 매년 그 형태가 바뀌는 데다가 수위에 따라 물에 잠기던 곳이다. 얼마나 척박한 곳이고 관심 밖의 땅이었길래, 우리나라 안에서 중국섬이라고 불렸을까? 1986년 지명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섬의 이름은 순우리말인 “자라섬” 으로 정해졌다. 인근의 ‘자라목’ 이라고 불리는 늪산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물에 잠겼다가 떠오르는 섬의 성격과도 맞는 이름인 것 같다. 자라섬과 재즈가 같은 ‘J’ 로 시작해서 인지 어감도 비슷한데다가, 영문 표기인 ‘JARASUM’ 이 포스터나 홍보자료 등을 위해 시각화시켰을때 예쁘기도 하고 외국인이 읽기에 자연스럽기도 하기 때문에 마치 재즈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이름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에 잠겼다 모습을 드러내는 자라섬, 매년 모습이 바뀌는 자라섬. 마치 매년 10월 재즈페스티벌을 위해 떠오르고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풀이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자라섬은 마치 재즈를 위해 태어난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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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도 강과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자연환경이 음악의 울림통 역할을 해준다. 가평 시내와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다가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ㄱ’ 자에 가깝게 꺾여 있어 외부외는 차단된 공간이 만들어진다. 주변이 산이고 강으로 둘려 있어 밤이되면 어둠이 내려않고 바람소리만 스치는 곳이 바로 자라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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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라섬에서 자연을 무대로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장까지 걸어가는 길, 무대가 보이지도 않는데 음악이 먼저 와닿는다. 강물에 파장이 일면 마치 음악에 떨리는 것 같고, 재즈의 선율에 소름이 돋으면 강바람 때문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재즈페스티벌” 이라는 이름 앞에 ‘자라섬’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매년 10월 자라섬은 재즈를 품고 우리를 기다린다.

2. 2009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스케치

1회를 빼고 2회부터, 벌써 5번째 자라섬을 찾았다. 지난 4년, 자라섬에 오면서 라이브 재즈의 감동 만큼이나 깊이 기억된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초가을 강바람의 위력이다. 낮부터 시작하는 공연에 맞춰 가벼운 옷차림으로 왔다가 낭패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막이용 외투와 나름의 방한대책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금년엔 기온도 그리 낮게 떨어지지 않았고, 주최측에서 바닥에 짚을 깔아 놓는 등 이전보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SK텔레콤에서 Week & T 를 주제로 담요와, 모닥불 휴게공간을 제공했는데 새벽녘 자라섬의 추위를 고려한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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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악천우 속의 공연으로 유명하다. 비 맞으면서 음악에 미쳐봤나? 이곳에 오면 그런 광기어린 관객을 만날 수 있고, 가평 하늘은 이런 Crazy한 상황을 종종 연출해 왔다. 3회 때는 폭우가 쏱아졌지만 관객과 연주자 모두 비를 맞으면서 공연을 계속 했다. 공연을 마친 뮤지션은 “You are crazy!” 라고 외쳤고, 관객은 답하듯 ‘앵콜’을 외쳤다. 이번 페스티벌에도 궂은 날씨가 예상되었다. 16일 17일 모두 비가 올꺼라는 일기예보. 그래서 우의를 챙겼고, 그리고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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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의를 꺼내 입는 관객. 저들 중엔 4회 폭우 속의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에 젖고 음악에 취한 채로 가을 축제의 밤이 무르익는다. 더러는 음악에 취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곳 재즈페스티벌의 단골이라면 이쯤에서 와인 한병 비우지 않은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와인에 취할수록, 빗방울이 굵어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음악에 빠져든다.

3. 음악으로 기억하기

2005년, 2회 공연부터 매년 자라섬을 찾으면서 생소한 재즈를 접했고, 매년 한 팀정도 기억하고 돌아왔다. 1년을 기다려서 금, 토, 일, 3일만에 끝나는데도 금요일을 포함해 주말 3일을 자라섬에서 보내긴 쉽지 않다. 근처 펜션을 잡아서 숙박을 결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매년 재즈 음반 하나 얻어오는 것만으로도 다음 1년의 기다림이 충분히 보상된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매년 자라섬에서 느꼈던 흥분과 감동을 어떻게 하면 좀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 답은 결국 음악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곡을 모아보았다.

16일 얀 룬드그렌 트리오, 팻 마티노 퀄텟, 엔리코 라바 뉴 퀸넷




17일 야론 허만 트리오, 크리스 포터 언더그라운드, 아비샤이 코헨 ‘오로라’, 치코 & 더 집시즈





18일 리차드 갈리아노 태가리아 퀼텟, 디 디 브릿지워터



금년 Jazz Island 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얀 룬드그렌 트리오(Jan Lundgren Trio), 팻 마티노 퀄텟(Pat Martino Quartet), 엔리코 라바 뉴 퀸넷(Enrico Rava New Quintet), 야론 허만 트리오(Yaron Herman Trio), 크리스 포터 언더그라운드(Chris Potter Underground), 아비샤이 코헨 ‘오로라’(Anishai Cohen ‘Aurora’), 치코 & 더 집시즈(Chico & The Gypsies), 헨더슨 베를린 챔버스 트리오(Henderson Berlin Chambers Trio), 리차드 갈리아노 태가리아 퀼텟(Richard Galliano Tangaria Quartet), 디 디 브릿지워터(Dee Dee Bridgewater) 등이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기억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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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고구마?

앞에서 재즈와 와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고구마가 어울릴지 모르지만, 이번 페스티벌의 피날레는 고구마가 맡았다. SK Week&T 에서 설치한 모닥물과 고구마가 밤 12시까지 제공되었는데, 비에 젖은 상태, 모닥불 앞에서 몸을 녹이고, 짐을 말리고, 고구마를 구었다. 사실, 행사장 내에 간이 설치된 슈퍼마켓에서 핫도그와 쥐포를 사다가 함께 구워먹었는데, 내년에도 모닥불이 설치될지는 모르지만, 강바람과 비바람까지 축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곳에 적절한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불장난 하듯이 쥐포와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재즈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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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desert.tistory.com 소이나는

    자라섬에 다녀오셨군요.^^

    자라섬에 다녀왔던 기억이 세록 세록합니다. ㅎㅎ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벌써부터 내년의 자라섬이 기다려지네요.
      자라섬 만의 분위기는 중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 http://blog.naver.com/hazelbreeze 이나씨

    레오퐁님, 그날 잘 들어가셨는지요?
    멋진 리뷰 감사드리고, 공연도 재미있으셨길 바래요.
    그럼 금주도 활기차게 즐겁게 보내시길.. ^0^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덕분에 공연 잘 봤습니다.
      모닥불에서 고구마, 쥐포, 소세지까지 구워먹었는데…
      집에 와보니 얼굴이 숯검둥이였다는…. :oops:

  • http://hitchwind.com nany

    부럽게 잘 봤어요 -_ㅠ…
    2년 전에 다녀오곤 앞으로도 꼭 가야지 했으면서도 계속 못 갔네요.
    생생한 감동이 전해져오는 것 같아요. 저도 내년엔 꼭… ㅋ
    워드프레스 사용자시라 더욱 반가웠어요~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앗! 워드프레스 사용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2년전이면…. 폭우 속에서?

      • http://hitchwind.com nany

        아, 역시 아시는군요 ㅋ
        우산쓰고 약간 처량한 모습이었지만, 참 재밌었어요 ㅎㅎㅎ

  • http://gemlove.tistory.com gemlove

    ㅎㅎ 이웃블로거님들 중에 가신분 꽤 되시네요.. 부럽습니다 ^^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한번 가보면 계속 생각나는 곳이 자라섬인 것 같아요.
      gemlove님도 내년 7회때 참여해 보세요.

  • http://cyhome.cyworld.com/?home_id=a1119932&postSeq=2787023 햄톨대장군

    :) 아~갈 기회가 있었는데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ㅋㅋ 자라섬 좋네요 ㅋ

    • http://leopon.co.kr/members/leopon/ leopon9

      내년엔 꼭 한번 참여해보세요. 자라섬의 분위기에 매료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