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 – 건축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신준호 – 공간의 변화가 문화의 변화임을 믿고 실천하는 공간디자이너. (주)제덴커뮤니케이션즈 소장.
이동화 – 건축을 전공하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 도시디자인 팀장
박성기 – 공간건축 재직중
이주연 – 단독주택 위주의 건축설계 6년, 이것저것 기웃기웃 하다말다 백수 4년차
이승민 – 비상식적이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원하는 보통사람. 도시와 커뮤니티를 공부 중.
심미리 –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과에 다니는 꿈 많은 소녀
김경진 – 건축환경디자이너. KDA 디자인그룹 실장.
박은선 – 건축예술 독립잡지 어반드로잉스 편집장,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벤잭슨 – 영문 월간지 “SEOUL”에서 일하는 한국생활 4년차 영국인
임현주 – 현대음악 작곡가
이경택 – 웹진 VMSPACE의 에디터
장호진 –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센터 나비 커뮤니티 멤버
조호연 – 삼성SDS의 엔지니어, 아트센터 나비 커뮤니티 멤버
김영주 – 아트센터 나비 학술팀장
양진주 – 건축과 미술 전공
김현구 – 레오퐁(http://leopon.co.kr)의 디렉터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001~008 내용보기»아파트 주민
009~019 내용보기»재화로서의 집
020~025 내용보기»아파트 vs 단독주택
026~032 내용보기»커뮤니티의 문제
033~051 내용보기»도시와 시골, 어디에 살까?
052~059 내용보기»아파트 = 돈
060~066 내용보기»아파트의 진화
067~078 내용보기»단독주택과 한옥의 의미
079~103 내용보기»지자체의 도시계획과 인구증가
104 내용보기»도시의 밀도
105 내용보기»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
106~108 내용보기»도시와 한옥의 관계
109~128 내용보기»1 가구 2 주택?!
129~130 내용보기»‘저층고밀도 주상복합’
131~135 내용보기»맹모삼천지교와 모빌리티
136~142 내용보기»그리고
143~144 내용보기»001. 김현구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002. 임현주 창문이 많은 집. 일반적인 아파트의 창문이 아닌 쪽문이 많고 다락방이 있는 집.
003. 김현구 대부분 천창 얘기를 많이 하시던데…
004. 임현주 그건 너무 인위적인 듯. 저희 어렸을 때의 집처럼 단층인데 다락방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005. 김현구 그럼 전제는 단독주택인가요?
006. 임현주 외국에선 꼭 단독주택이 아니더라도 한 6가구 정도가 모인 집인데도 다락방이 만들어지는 형태들이 있더라고요. 꼭 단독주택은 아니어도 되요.
007. 김현구 트위터에서 많은 분들이 마당과 천창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천창도 결국은 한옥에 대한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마당에 나오면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요.
008. 이주연 워낙 아파트가 많다보니까 내가 스스로 가꾸면서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욕망도 커지는 것 같아요. 아파트에선 안정감이나 아늑함을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옛날 저희 집 같은 경우는 마당이 있는 ‘ㄷ’자 형 집이었는데, 장독대 위에 올라서 하늘을 보곤 했었죠. 그런 공간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서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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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김현구 여기 아파트에 사시는 분!
010. 황두진 생각보단 많지 않네요.
011. 김현구 제가 어제 통계치(서울시정개발연구원)를 봤는데, 서울 시민의 54%가 아파트, 다세대까지 포함하면 78%정도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제 생각보다는 수치가 낮았어요.
012. 황두진 그것보단 더 될 줄 알았는데…
013. 박은선 아직 미분양이 많고 …. 아현, 흑석동, 은평까지 입주가 마무리되고 나면 아마도 더 높아지겠죠.
014. 이주연 은평은 정말 너무 멀던데요.
015. 심미리 내부 순환로 때문에라도 아침에 길이 많이 막히는데 그걸 무시한 채 거기다 또다시 아파트 단지를 세운다는 게… 교통난이 너무 심각해졌어요.
016. 이주연 아파트가 싫은 이유 중에 하나가 주변과 단절시킨다는 점이에요. 사람이 살다보면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단지 안과 밖이 차단되어 있는 것 같아요.
017. 김경진 한 집단의 주거 수준은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아파트는 우리 사회의 과반수 이상이 원하는 주거며 문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대한 그림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018. 김경진 최근에 LH에서 한옥아파트(관련기사1 / 관련기사2)를 시도했죠. 아파트 내부에 한옥의 공간구성을 반영하는 시도라는데, 공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3베이, 4베이 아파트에 대청을 만들고 한다는 것이 실망스럽죠.
019. 심미리 실제로 건축주가 원하는 것은 아파트인 경우가 많고, 거기서 한옥을 하고자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지 않을까… 집이 단지 돈이 아닌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아요.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20. 박은선 다행히도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021. 임현주 그렇긴 하지만 오른 것에 비하면 떨어졌다고 볼 수 없죠. 저 같은 경우, 20여 년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지만 오를 때의 수준에 비하면 지금 떨어지고 있는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022. 박은선 빚 내서 사신 분들은 타격이 크죠. 아파트라는 것을 사실 주거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재화의 가치 때문에 소유하고 싶은 것이지…
023. 임현주 오히려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더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일단 더 편하고 수도, 난방… 이런 것들이 내 손을 거치지 않아도 버튼 하나면 다 되잖아요. 문화 수준이 이미 변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을까요?
024. 박은선 사실 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원래 아파트라는 것이 18세기 공산주의, 사회주의자들이 만든 것이거든요. 가족보다는 노동자 조합을 위해서…우리나라에 수입될 때는 싸게 빨리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중요한 것은 여기서 커뮤니티가 완전히 상실되었잖아요. 그리고 아파트는 절대 사적인 공간의 확대이지 절대 공적인 영역의 확대가 아니라 공적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잖아요. 편리한 생활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공 공간의 부족이라던가, 아니면, 아파트에 있는 자연이라는게 조경 수준이지 제대로 된 자연은 아니잖아요. 이런 한계 때문에 과연 수요가 늘어날까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 집값이 서촌과 북촌을 빼고는 전부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는데 아파트의 재화 가치로써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면 그때에도 아파트가 각광을 받을 수 있을지?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진(위 3장은 싱가포르, 아래 3장은 홍콩)]
025. 김경진 저는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분명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속해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주거 이용에 있어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섬도시 개념으로 가고 있는데 이런 요인은 건축가들이 풀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정책의 문제라고 봅니다. 큰 그림들에 대한 얘기고 결국은 개개인의 사유 공간을 줄여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아파트라는 것이 성행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유 공간을 넓히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의 용적률이 높지 않았던 시대에 살았던 다가구라던가 연립주택 유형에서는 개개인은 굉장히 좁은 공간을 점유하고 살았었거든요. 좀 더 넓은 공간에 살고 싶은 욕구들이 계속 층을 쌓아올리는 사회현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개개인의 점유공간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있지 않고는 이 유형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없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고…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26. 김현구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외국에서는 블로그나 자신의 미디어를 구축할 때 서비스에 기대지 않고 도메인과 웹호스팅을 받아서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이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의 블로그 서비스에 속해서 웹 속에 자기 집을 만들거든요. 따지고 보면 네이버 블로그 같은 경우도 ‘아파트’ 에 해당하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들이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나? 일단은 모여있고 보자 하는 생각이 있지 않나? 모여있으면 뭔가 힘도 생길 것 같고 혼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프랑스 분이 쓰신 “아파트 공화국”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옥은 불편하고 아파트는 편하다’는 생각이 지금도 해당이 되는가, 지금 단독주택을 지으면 어떤 점이 불편해지는가 이런 점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생각만 가지고 그냥 믿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027. 심미리 실례로 요즘 현대에 만들어지는 도시형 한옥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거든요. 대표적으로 소음이나 난방 등 기술적으로 많이 개선 되었고 이웃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연립주택에 비해 장점이 되고 있거든요. 다만 돈이 조금 더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으려나… 그렇기 때문에 한옥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028. 임현주 저희 부모님 얘기를 하자면, 저희 부모님이 결혼하셔서 40년 동안 주택에 사셨어요. 그리고 아파트로 옮긴지 이제 10년 조금 안 되는데 아파트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아버님이 무척 반대를 하셨거든요. 그런데 옮기고 1~2년이 지나고 나서는 아파트 생활에 굉장히 만족해 하시더라고요. 서울은 좀 다르지만 지방의 주택은 상업지구에 인접해 있지가 않아요. 의료 서비스나 상업적인 시설을 이용하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그에 비해 아파트는 상권을 끼고 있기 때문에 편해 하시고, 두 번째는 방범이나 안전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저희 아파트는 아직도 경비 아저씨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죠. 게다가 주택에 살면 굉장히 부지런해야해요. 보일러니 가든이니 다 직접 관리해야 하거든요. 요즘 우리 사회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잖아요. 노인들이 주택에 살았어도 결국 나이 들어서까지 주택에 사실거냐. 저희 부모님이나 주변을 봐도 집안 일에 도우미를 두실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보통은 아파트로 옮기시는 것 같더라고요.
029. 심미리 전 반대의 경우인데, 제 주변 어른들은 대부분 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사시는데 다들 퇴직을 하시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시고 싶어하세요.
030. 임현주 그건 마음이죠.
031. 심미리 아니요. 그 분들 말씀은 일을 그만두게 되면 소일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집 앞의 텃밭을 가꾸고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귀농 쪽으로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032. 김현구 달동네에 가면 화분이 무척 많은데 요즘 얘기 많이 나오는 것이 농경본능에 관한 것이더라고요. 사람들 누구나 이런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연세가 드셔도 움직이는 것을 생활화하신 분들은 오히려 주택에서 소일거리 하는 것이 더 편하실 수도 있고 아파트 선호하시는 분의 경우는 실버타운이 도시로 들어오는 것과도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겠네요.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33. 이주연 실버타운은 굉장히 안 좋은게 있더라고요. 노인분들을 모아 놓으니까 그 안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한 분씩 돌아가시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아주 질색하세요. 그런데 왜 들어가냐고. 이왕 도심지에 들어온다면 아이들하고 같이 연계된다거나 하면 좋겠는데 아파트에 그런 시설을 만들어 놓나요?
034. 김경진 해놨는데 안 씁니다.
035. 이승민 저는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점인 수직구조에서 오는 익명성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항상 공공 공간에서 만난다고 해서 공원 잘 해놓고 편의시설 만들지만 아무도 안 쓰잖아요. 거기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이고.
036. 김경진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고급주상복합의 경우를 보면, 커뮤니티가 배타성이 강해질수록 이용률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우리 커뮤니티는 너희와 다르다’ 는 인식을 공유하면 할수록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이런 현상이 서울시민들의 사고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037. 이주연 생활수준에 맞춰서 무리를 짓는다는 의미인가요?
038. 김경진 아파트라는 것은 변질된 형태의 대형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 아파트 단지 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가르는…
039. 이승민 그렇다고 해서 단지 내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나요?
040. 김경진 갈수록 활성화됩니다. 제공되는 편의시설의 수준이 높을 수록 더 그렇습니다.
041. 이승민 부에 따라서 집이 달라지는 건가요?
042. 임현주 저희 아파트 앞에 반포 자이와 래미안이 있거든요. 거기 사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3만원으로 한 달 가족회원권을 사면 휘트니스하고 사우나를 사용할 수 있는데 집에서 샤워를 안하고 그 사우나를 이용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나 했더니 그 3만원 회원권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더라고요. 솔직히 스포츠클럽 회원권 보통 10만원이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3만원으로 온 가족이 다 할 수 있으니까 심지어 집에서 물 안 쓰고 공짜 개념으로 활성화 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특히, 래미안 카페의 경우 카드키로 계산을 하면 관리비에 정산이 된다는데 카드가 있는 주거민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절이 아니라 내부에서의 커뮤니티가 강화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043. 김경진 웃기는 건 노인정이 잘 안 쓰이는 이유는 ‘노인정’이기 때문입니다. 노인 취급 당하기 싫어서 안 쓰는 거예요.
044. 이주연 그런다고 안 늙나?
045. 황두진 좀 더 나이 들어보고 얘기해 줄게요.
046. 박성기 저도 비슷한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는데 반포 자이 안에 놀이터가 하나 있는데 물을 담아서 워터파크처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그 단지에 사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 거기 몰려드는 거예요. 심지어는 그 단지에 사는 사람이 아닌데 옆 단지에서 그 소문을 듣고 놀러오기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항상 아파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각들이 분명 많았기 때문에 계속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요즘에는 커뮤니티에 관해서 작은 변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047. 이주연
그런데 놀러오는 옆 단지 사람들이 과연 기분이 좋게 놀러올까요? 점점 더 계층화되가고 있는 것 같아요.
048. 김경진 결국에는 지금의 아파트는 제품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집은 제품이다’ 라고…
049. 김현구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편의시설이나 보안, 안전의 이점은 사실 국가, 정부가 해줘야 할 서비스가 아닐까요? 주택의 경우 도시계획에서 해결해줘야 할 부분인 것 같은데, 오히려 정부에서도 아파트가 이런 부분을 동시에 해결해주니까 손쉽게 아파트 쪽으로 가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050. 김경진 그런데 그 부분에서 아이러니 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라는 유형이 활성화된 계기가 근린주구이론이 나오면서부터 였거든요. 주거의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서 일정한 세대수가 모이면 어느 규모의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고 어떤 규모의 학교가 있어야 하고 하는 ‘근린주구’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정책이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죠.
051. 이주연 근린주구 개념이 원래 우리나라 것이 아니잖아요
052. 벤잭슨 좀 전에 도시의 아파트 생활 때문에 답답하고 이민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왜 시골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왜?
053. 이주연 우리나라의 개발상황 같은 것이 너무 싫거든요. 지금 낙원 상가 부수려고 하고 있잖아요. 낙원상가가 생겼을 당시에는 주변에 건물이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하나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건물로 보였지 지금처럼 흉물스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걸 무조건 때려부수려고만 하는 거예요. 이제는 좀 문화적으로 별로 안 좋았던 유산이라고 해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동대문 운동장도 부수고 무조건 새 것, 외국 유명 건축가(관련기사)를 얘기하니까 그런 것이 너무 싫은거죠.
054. 벤잭슨 지금 한국의 시골 보니까 많은 시골마을에 가장 젊은 사람이 60대라는 통계(관련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 20년 있으면 한국의 시골의 많은 부분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055. 이주연 요즘은 젊은 분들도 취직도 잘 안되고 하니까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전라도인가요? 귀농마을(관련기사)도 있다고 하던데…하지만 시골 생활이 좋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텃새라는게 있기 때문에 시골에서 산다는 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 듯 싶어요.
056. 임현주 궁금한 것이 있는데 과연 도시화 되면서 익명성이 팽배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러분들은 익명성에 대해서 반항심이 있으신가요? 아파트 문화를 얘기하다 보면 ‘익명성’ 이 주로 도마에 오르곤 하잖아요.
057. 심미리 저는 그 익명성이라는 것도 개개인의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지킬 것만 지켜주면 익명성이라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쟁을 겪고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사람들의 인심이 다 망가져서 이기주의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까 익명성이라는 것이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058. 임현주 전 오랫동안 태국의 시골에서 살다 왔더니 돌아가려고 할 때 부모님이 차라리 강원도 산골 같은데 가서 살아라, 니가 시골을 좋아하니까 시골가서 살아라 하시더라고요. 근데 전 우리 부모님이 대전 아파트에 사시는데 전 거기도 싫어요. 왜냐하면 부모님 친구분들이나 저를 아는 분들이 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들이 너무 싫어서 결국 국내에 남기로 결심했을 때 서울에 살기로 했어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공개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죠. 전 그래서 서울을 선택했고 저에겐 적당한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파트의 주거문화라는 얘기를 떠나서 전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가 좋답니다.
059. 이주연 서울에는 여러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지방에 내려가보면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서울 사람들은 적당히 사람들과 거리를 둘 줄도 알고 눈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서울의 경우는 어느 정도 익명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봐요.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60. 김경진 저는 익명성이 아파트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요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아파트라는 주거 유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환금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옆 집이 팔리면 우리 집이 얼마인지 바로 나오죠.
061. 이주연 집이라기 보다는 얼마나 빨리 재산화시킬 수 있느냐에 있군요.
062. 이승민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면 환금성 자체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063. 김경진 아마 다양한 유형의 아파트를 찾겠죠.
064. 이주연 결국은 돈이라는 얘기군요.
065. 심미리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건축이 종교와 함께 커 왔지만 지금은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 받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066. 박은선 같이 작업하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친구들이 서울에 맨 처음 와서 아파트를 보고는 다들 놀라거든요. 이런 걸 본 적이 없으니까. ‘오 마이 갓!’ 홍콩은 무척 특이한 조건이잖아요. 섬나라니까. 그런데 서울은 섬나라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게 무척 특이한 문화인 거죠. 사실 아파트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아파트라는 형식도 분명 필요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술계에도 다양성이 존재하기 힘들고… 들국화나 백두산 같은 그룹은 버라이어티나 예능에 나오지 않으면 돈을 벌 수도 없고 지지층이 없잖아요. 미술계의 경우도 추상하시는 분이나 개념미술을 하시는 분, 사운드아트(?) 하는 분도 밥을 먹고 살아야 하고 골고루 성장해야 하는데 한 방향으로만 수익구조가 쏠려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도시에 있는 건축도 다양한 주거형태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발할 때마다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새로 짓는다는 것도 문제고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67. 이동화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릴께요. 저는 지금 서울 근교의 도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요. 도시계획이 나온 것을 수정하거나 지침을 만든다거나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어쩔 수 없어요. 신도시가 개발될 때에는 아파트를 넣어야 되고 그렇게 정해져서 나오거든요. 5만 명을 넣어야 하고 2만 세대를 넣어야 하고 하는 거죠. 현재 우리가 아파트가 싫다고 해서 사회선택적으로 10년 20년 만에 확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아파트는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어떻게 획일화되고 하는 문제를 없앨 수 있을까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은평 뉴타운(관련기사)이 별로라고 하셨는데 제가 가 본 서울 근교 신도시 중에서는 가장 잘 된 경우인 것 같거든요. 보행로라던가 퍼블릭 스페이스를 굉장히 넓힌 케이스이고 1층에 상가라던가 서비스 시설을 두는 연도형 아파트가 시도되어서 조경만 있는 재미없는 가로에 비해서 활성화되었고 최근엔 돌출형 발코니를 의무화해서 획일화된 평면이나 입면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사실 전 아파트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욕 할 것만 아니라 어차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어떻게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
068. 임현주 얼만 전에 뉴스를 들었는데… 잠원동을 예로 들면 일자형 아파트가 많아요. 엘리베이터 하나로 여섯 가구 일곱 가구가 평면으로 펼쳐진 형태인데 이제는 그렇게는 못 짓는다고 하고 앞으로는 타워형으로만 지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좋은 것 같아요.
069. 이승민 타워형 같은 경우는 환기 같은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070. 임현주 직접 경험해봤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던데요.
071. 이주연 계획상에서는 분명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파트 단지 내의 삶은 좋을지 몰라도 아파트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냐는 거죠.
072. 박성기 저도 동감하는 부분이… 분명 아파트는 굉장히 많이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가 아파트만으로 이루질 수는 없거든요. 분명히 다세대도 좋아지고 한옥도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 텐데 경제 논리에 의해서 아파트 단지만 세워지고 한옥이라던지 다세대, 다가구 없어지면 나중에 가서는 돌이킬 수 없죠. 아파트 단지가 뭐가 안 좋다 이런 얘기보다는 우리가 보호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집이 어떤 것이기 때문에 한옥,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73. 김현구 아파트 전체를 ‘아파트’ 하나로 몰아서 얘기하는데 사실 아파트도 역사가 다 다르잖아요. 저층형 아파트도 있고 요즘 지어지는 25층 아파트도 있고 타워형 아파트도 있고 편복도형 아파트도 있고. 예전에는 편복도형 아파트를 좋다고 한 사람이 없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향수 같은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074. 황두진 ‘플란다스의 개’
075. 김현구 아파트도 좀 나눠서 구분 지어서 얘기해보면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076. 김경진 편복도형 아파트가 배제된 이유는 딴 게 없습니다. 맞창을 못 내거든요. 복도 쪽으로는 창을 못 내다보니까 ‘우리는 이 방에도 창 내고 싶고 저 방에도 창 내고 싶다’ 하는 욕구 때문에 생긴 것이 성냥갑 아파트이고 타워동은 국내에만 있는 유형인데 언론에서는 성냥갑 아파트를 극복한 새로운 대안처럼 얘기하지만 남향을 선호하고 우리집은 반드시 창이 많아야 한다는 욕구 때문에 생긴 형태이기 때문에 사실 거기서 거기인거죠. 소비자 개개인의 욕구를 줄이지 않는 한 다양한 주거는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고 딜레마라고 생각해요. 연도형 아파트의 경우도 하부에 상가가 있고 위에 주거가 있는 형태인데 아래층이 시끄러워서 싫어합니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는 거죠.
077. 이동화 연도형 같은 예를 보더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078. 김현구 모여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죠.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079. 이동화 단독주택의 경우도 지침이 없이 집을 짓게 하면 마당을 앞으로 빼는 집이 거의 없겠더라구요. 마당이 뒤로 가고 폐쇄적으로 되다 보면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벽이 크게 앞에 서 버리니까…
080. 심미리 그래서 요즘에 앞에 마당을 트는 사업(관련기사)을 많이 하잖아요. 어차피 담이 있건 없건 도둑이 넘어갈 수 있으니까 담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081. 이동화 담은 도둑 때문이 아니라 프라이버시 때문인거죠.
082. 이주연 솔직히 담이 없고 앞에 마당이 있으면 도둑은 숨을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
083. 임현주 그런데 외국의 주택들은 대부분 뒤에 마당이 있어요. 전면에 바로 현관이 있어서 마당이 없을 것 같지만 뒤에 마당이 있거든요. 아일랜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집이 3층 정도 되는 집들이 붙어서 블록을 형성하고 있는데 마당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084. 심미리 현대건축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경제논리를 들어서 전통건축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돈이 너무 우선시 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085. 김경진 궁금한 것이 있는데 계량형 한옥에서는 화장실이 안으로 들어오나요?
086. 심미리 예. 북촌 한옥마을의 경우 대부분 화장실이나 주방이 현대주거 형식으로 안으로 들어와 있죠.
087. 김경진 그럼 전통건축의 평면구성은 좀 깨질 수 있겠네요?
088. 심미리 지금의 아파트도 전통건축의 평면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거실에서 슬리퍼를 신는데 한옥 마당에서 슬리퍼 신던 것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책에서 봤었거든요.
089. 박성기 아파트와 한옥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 생각하세요.
090. 심미리 제가 전통건축을 선택한 이유는 ‘친환경’이었어요.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저는 아파트 생활이 사람을 자연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가 인간의 이기심의 표상이라면 한옥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시형 한옥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재료인 나무가 고가이기 때문에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죠.
091. 김경진 요즘 친환경 건축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가만히 보면 어떻게 하면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을 철저히 분리시킬 수 있느냐를 얘기하는 것 같아요.
092. 심미리 서양인의 인식에서 보는 친환경이 아닌가…
093. 이주연 만약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면 좀더 친환경적인 자재로 건축을 할 수 있을까요?
094. 심미리 친구들이랑 주로 하는 얘기가 정말 친환경적인 건축을 하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095. 이주연 사람들이 너무 편한 것에만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홈 데포(Home Depot)나 DIY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096. 김경진 홈데포가 활성화되려면 한 집에서 오래 살아야 합니다.
097. 심미리 자기집이라는… 재화가치가 아닌.
098. 김경진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목조건축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죠. 화재에 취약한 부분이나 … 미국은 상당히 유연합니다.
099. 김현구 한옥에서 목재를 빼면 한옥이 될 수 없나요?
100. 심미리 될 수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한옥은 되게 종류가 많거든요. 꼭 목재로 지어지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 현재 논의되고 있는게 오로지 기와로 된 한옥이고 한옥을 정의 내리기 위한 포럼에서 정해진 것이 ‘한옥이란 목조가구로 된 집이다’ 라고 정하면서부터 이렇게 변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101. 이주연 하기야 지금 한옥이라 하는 것들은 다 양반네 집이지… 보통 사람들이 살던 집은 종류가 무척 많았잖아요. 다 양반집에서만 살라고 하니 이거 원!
102. 박성기 황두진 소장님께 질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옥은 꼭 목재여야 하는 것인지?
103. 황두진 저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꼭 목가구로만 지어진 것이 한옥이다? 같은 포럼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옥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서 다 지원할 수는 없으니까 어디를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해야 되는지 고민하다 보니까 한옥의 법적 정의가 필요하잖아요? 문화적 건축적 정의는 아니다 하더라도 법적 정의가 있어야 지원금을 줄 거냐 말 거냐를 정할 수 있으니까 관련 내용을 정하는 포럼이었는데 그때 제가 토론자로 참여했었는데 제가 어떤 얘기를 했었냐 하면, 법제화의 현실적인 필요성이야 인정을 해야 되겠죠.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렇게 해서 한번 만들어진 제도라는 것은 반대로 현실을 속박하는 도구로서 역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또 모여서 법을 제정해야 되는 입장에선 그렇다고 다 열어놓으면 다 지원해야 되느냐 그런 문제가 생기니까 어디선가부터 타협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이제 우리가 논의를 좀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옥이라는 단어 자체가 포함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너무 넓기 때문에 그리고 그냥 용어를 ‘한옥’ 이라고 쓰다 보면 예를 들어서, 안동 하회마을의 충효당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북촌 같이 고쳐지고 새로 지어진 것까지 다 포함하게 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옛날에도 이미 다양하게 존재했던 집들이 있었는데 그건 한옥이 아니고 초가는 또 한옥이 아니냐 너와집은 한옥이 아니냐 이런 논의를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한옥이라는 단어 자체도 좀 더 우리가 세밀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죠.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04. 황두진 제가 오늘 모임에서 묻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도시에 대한 의문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한국건축에 대해 갖고 있었던 문제의식이랄까 하는 것들을 얘기해 볼게요. 우리가 희망사항이 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것이 있는데 사실, 도시 정도의 규모를 얘기할 때 희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측면이 있죠. 지금 우리가 피할 수 없이 대응해야 되는 현실이 몇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 제일 큰 것은 대한민국이 일단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고요. 다음으로, (아직도 경제수준에 비해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 버텨서 살아나가고 있는 점도 있지만) 우리 산업구조가 바뀌어서 더 이상 이렇게 노동 집약적인… 사실은 현재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대한민국 도시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사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아까도 몇 번 얘기가 나왔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론에서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요. 제가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한 몇 년 됐어요. 5~6년쯤 됐습니다. 한 지방 도시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갔는데 발표를 하시는 분이 그 지역의 도시 계획을 하시는 분이에요. 2040년까지인가 20년까지 인가를 예상을 해서 한 것인데 도시 계획 쪽에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자체가 매년 한번씩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서 법제화 되면 지원금을 주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분이 계획하신 것이 뭐냐 하면 2040년인가 까지 그 지역의 인구가 조사시점 대비해서 20만인가 늘어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늘어나려면 매년 4만인가가 증가해야 하는 계획안인 것이죠. 도시계획은 건축가들도 잘 모르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때 제가 궁금해서 죄송하지만 자연인구증가율을 제로를 향해서 가고 있고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대한민국이 어느 날 갑자기 이민국가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외국 이민을 받아들여서 인구문제를 해소할 것 같지는 않잖아요? 이민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미국과 같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그 인구가 어디서 옵니까? 했더니 다른 지역에서 오는 거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이 곳에 그 인구를 뺏길 것을 전제로 도시계획을 하나요? 했더니 그건 아니고 거기도 인구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겠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이게 리얼리스틱하냐? 도대체. 현실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낮은 일인데 … 그랬더니 그분 말씀이, ‘위기다’ 그렇게 도시계획을 입안해 가지 않으면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이건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인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에서 입안해서 올라오는 지역단위의 도시계획의 인구증가분을 다 더하면 그게 어마어마한 인구가 된데요. 그래서 제가 그때 뭘 깨달았냐 하면, 그렇다면 이것은 중앙에서 누군가가 거시적인 플래닝을 안 한다는 얘기죠.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05. 황두진 구조적으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장 우리나라 전체(남한)를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전체에서 이 도시라는 것을 놓고 이야기할 때 염두 해둬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뭐냐? 일단 중요한 핵심과제가 도시의 규모를 더 키우거나 즉, 도시의 수평면적을 붕괴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신도시를 포함해서. 도시라는 에어리어 자체, 지도를 봤을 때 도시로 지정되어 있는 에어리어가 기존 도시를 키우거나 없던 도시를 만들어서 도시로 지정되는 에어리어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것은 정말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다. 근데 지금 신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뉴타운 뭐 해놓고서 엄청나게 도시를 만드는데 그건 확실히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 상황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우리가 처해있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포함하는 그런 바람직한 모델은 분명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은 구도심을 살리는 것에 관심이 있고요.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야기 인지는 모르겠는데 도시를 작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고 (여기까지는 여러분이 쉽게 동의하겠지만 여기서부터는 아닐 수 있어요) 도시의 밀도를 올리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아까 여러분들이 처음에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에 대부분 열이면 열 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요’, ‘아침에 새가 우는 집에 살고 싶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고 쉽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집들은 대부분 전원형 주택을 얘기하는 것이지요. 만약에 서울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 전원이 마당 있는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등에 살아서 수평으로 쫙 깔면 여러분 아마 직장에 출근하는데 한 3시간 걸릴거예요. 그런 도시에 살게 되는데 그건 친환경이 아니죠.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떤 생각을 하냐 하면, 예를 들어 면소재지 같은 데를 가면 보통 거기엔 국도가 지나갑니다. 국도변에 면소재지가 발달을 하는데 높아 봐야 2~3층 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농사짓는 분들이 면소재지에 볼 일을 보려고 하면 끝에서 끝까지가 2~3km가 되니까 그 안에서 차를 타야 되요. 만약에 그런 똑같은 논리로 면소재지의 중심부를 한 4~5층 정도로 고밀도로 확 올리고 수평면적을 확 줄여버리면 나머지는 자연으로 좀 돌려줄 수 있겠죠. 그러면 거기 공용주차장에다가 차를 대거나 버스를 한 번 타고 오면 나머지는 걸어다니잖아요. 그 안에서. 제가 어디서 통계를 재미난 것을 봤는데 사람이 15분까지는 걷는대요. 1시간에 4km를 걷는다고 하면 1km이거든요. 1km 넘는 거리는 쉽게 잘 못 걷는다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의 큰 도시들의 CBD가 지름 1km가 되고 1km가 넘어가려면 수직으로 올라가야 된다는 것이고, 맨하탄 같은 도시가 생긴 것이 이런 이유라는 건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이 밀도라는 것을 그냥 용적률로 보고 특혜라고만 생각해서… 테헤란로 정말 좋은 예인데 테헤란로 도로변에는 20~30층짜리 건물들이 많아서 무지 고밀도로 보이지만 그 뒤로 가면 1980년대 70년대 지어놓은 2~3층짜리가 대부분이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성홍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이 현재 서울에 있는 모든 건물들의 평균 층수를 내면 그게 2.6층인가 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울은) 하부의 밀도가 무지무지하게 낮은 도시라는 거죠. 그런데 파리는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평균 층수가 6층 정도 되잖아요. 파리가 단위면적당 수용할 수 있는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높은거죠.
“서울에 대한 숫자도 직선적이다. 1023만명의 서울은 전세계 도시중 인구수 1위이다. 도쿄가 810만으로 5위, 뉴욕도 800만으로 6위에 불과하다. 서울은 수도권과 합쳐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48% 약 절반이다. 수도권 인구집중도를 보면 영국이 26%, 파리가 19%인데, 서울은 48%나 된다. 건축물의 평균 층수는 2.5층, 평균 필지는 267㎡로 인구밀도는 높고 건축밀도는 낮은 도시다. ‘도시는 불규칙하고 건축은 혼성적’이다”
[출처: ‘메가시티 네트워크 : 한국현대건축 서울’ 전을 소개하는 글에서 , 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저는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게 저층고밀도 주상복합(관련자료). 그런데 사실 유럽가면 있는 타이폴로지에요. 유럽사람들이 도시를 이루고 살았던 역사가 훨씬 오래 되었고 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이 되기 전에 보행자 위주의 도시를 그런 식으로 지은 거잖아요. 만약에 우리가 가야 될 방향이 가급적이면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고 도시가 너무 수평적으로 커지지 않고 도시를 나서면 금방 자연이 있어서 도시와의 관계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저는 유럽 도시의 모델들을 잘 분석을 해서… 현재 우리의 도시는 유가 배럴당 100불에서 잘 특화되어 있는 도시이지 유가가 배럴당 200불, 300불 올라가면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들이 펑션을 안할꺼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수평으로 너무 많이 확장을 해가지고. 강남 같은 경우에도 면적 되게 넓은데 밀도를 지금의 두 배 세 배 늘린다 해도 아까 2.6층이라고 했잖아요. 그래봐야 5층 되는거 아니에요? 그렇게 나쁜거 아니잖아요.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었으면 강남이 현재 면적의 절반 정도가 되는 거죠. 그럼 우리가 많이 안 걸어다녀도 되고 버스, 자동차 많이 안 타도 되고… 이젠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도시를 작고 컴팩트하게 만드는 일을 사실 생각을 해야 되는데…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06. 황두진 그럼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몰라서 안했냐? 다 알죠. 도시계획 하시는 분들은 다 알겠죠. 그런데 그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게 안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구도심 개발이 돈이 많이 들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부분이 우리 조상들이 한 이삼백 년 전에 조선이 한양이라는 도시를 만들 때 너무 저밀도로 만들어놔서… 기본적으로 단층건물 위주의 도시를 만들었잖아요. 그 위에 모든 메트로폴리스가 깔고 앉은 거 아닙니까. 밀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까 서울은 항상 문화재는 문화재대로 보존이 안되고 현대도시는 현대도시대로 문화재에 발목이 잡히는 대립에 있는 것이죠.
107. 황두진 왜 이런 식의 개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말씀을 드리면 제일 좋은 예가 광주인데 금남로가 무척 유명한 길이잖아요. 광주항쟁의 주무대였고 전남도청과 광주시청이 다 금남로에 있었어요. 전라도청이 아주 민주화 항쟁의 성지죠, 지금. 그런데 얘네가 이사를 나갔어. 상무대라는 쪽으로. 그래서 금남로가 어느 정도로 지가가 폭락을 했냐면 서울 변두리보다 못하게 폭락을 하고 그 대신에 원래 도시 외곽지역은 땅값이 싸잖아요. 그러니까 거길 개발을 하면 누군가가 상당한 돈을 버는 거죠. 이에 비해서 구도심에 투자를 하면요. 투자는 많이 되는데 그 누군가가 돈을 벌지는 못해요. 그래서 소위 말하는 개구리 점프하는 식으로 도시개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토건 산업과 지방토호들간의 유착관계에 있었던 것이죠. 지방의회회장님들 어쩌다가 만나게 되면 항상 명함을 두 개 주거든요. 지방의회의원 명함과 건설회사 사장님 명함을 준다고요. 일본도 토건국가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더 심한 토건국가인거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그 모델이 이제 끝났어요. 이제부터는 도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과제가 남은 것이고…

[이미지 출처(왼쪽): http://www.smartcitymemphis.com]
108. 황두진 정리하자면, 저는 그래서 관심있는게 구도심의 밀도를 어느 정도 올려주면서 도시를 살리는 것이고 그 때 적합한 건축적인 모델은 4~5층 규모의 ‘저층고밀도’로 엘레베이터 없이 걸어 올라가는… 그러니까 개개인의 주거환경은 조금 나빠져요. 사실 좋은 도시라는게 각자의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해주는 도시가 좋은 도시는 아니고 각자의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하는 도시를 지금까지 만들어온 거예요. 남향, 경관, 내 단지, 프라이버시… 이런거. 그래서 지금은 안된 얘기지만 좋은 것을 다 할 수 없는 시대인 것 같고 어떻게 하면 기존에 있는 도시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면… 이게 딴 나라 얘기인 것 같지만 … 한동안 외국에서 순회 전시한 “슈링킹시티즈(Shrinking Cities)” 라는 전시가 있는데 이걸 좀 한국에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세계에 굉장히 많은, 이미 산업화되었던 선진국의 모든 도시들이 도시인구가 빠져나가고 도시 인구가 줄어들면서 도시 하드웨어 자체가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아파트 썰어서 층수를 낮추고 아파트 있던 자리는 헐어서 근린공원을 만들고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유럽은 너무 보편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몇몇 도시에 그 현상이 있긴 해요. 우리 농촌은 많이 발생했죠. 도시의 문제는 농촌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도시문제를 얘기할 때 농촌이랑 같이 묶어서 같이 생각해야 되요. 왜냐하면 도시가 과밀되는 동안 농촌이 비어갔었던 것이고…지금이야말로 정말 거시적이고 총체적으로 한반도라는 상황에서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봐서 과도하고 불필요한 투자 없이 효과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할 시대가 되었고 그래서 이런 모임을 하자고 했을 때 쉽게 모이신 것 같아요.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09. 김현구 조선시대에 한옥, 저밀도였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한옥 자체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110. 황두진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한옥이 적어도 한 3층 정도까지는 해줘야 전원주택 내지는 북촌과 같이 명맥상으로 역사지구로 남아있는 정도가 아니고 약간 그것을 상회에서 일반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주거 유형 중에 하나로 한옥이 등장을 하려면 얘가 적어도 한 3층 정도의 밀도까지는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이미지 출처 : 왼쪽 - 전라남도 제공 / 오른쪽 - http://idealist.egloos.com2583]
111. 신준호 한옥이요?
112. 황두진 예. 그런데 그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많은 분들이 3층짜리가 무슨 한옥이냐 라고 얘기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113. 심미리 실제로 2층까지는, 중층인 것도 있지만 2층, 3층까지는 했었던 경우가 많이 있어요.
114. 이주연 궁궐에서만 쓰지 않았나요?
115. 황두진 특히 서원도 있겠고 제실들이 2층 한옥(관련블로그 1, 2)이 의외로 많죠. 그리고 간이식 이층이긴 하지만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안채도 사실 2층이고 예들이 없는 건 아니예요.
116. 심미리 단지 전통식으로 하면 불을 때울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한 데 지금은 많이 발전을 해서 실제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어요. 2층까지는. 중국의 경우는 이런 것이 많이 발전해서 원형으로 아파트 같이 발전된 형식(중국 토루 위키피디아 / 관련기사)도 있고
117. 황두진 그런 예가 있잖아요? 물론 주거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발상을 하다 보면 역사적인 선례로 많이 있고 중국은 많이 보편화되어 있고 일본만 해도 2층짜리 전통가옥은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본의 그런 가옥들이 근대화에서도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고 이어져 온 것이 아닌가… 어느 정도의 밀도는 해결해주니까. 그런데 우리는 1층짜리 가지고 참! …
118. 황두진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우리가 6.25전쟁 끝난 직후에 서울 안에서 도시의 중심을 살짝 용산 쪽으로 천도할 수만 있었으면 강북 사대문 안은 교토 같은 역사도시로 남겨 놓고 용산하고 강남을 고밀도 현대도시로 했으면 굉장히 밸런스가 좋은… 뒤에는 역사도시 배후가 있고 앞에는 한강 끼고 굉장히 현대적인… 이런 상상을 가끔 해보긴 하는데…
119. 김현구 그런데 언뜻 연상되는 것은 굳이 한옥을 그렇게까지 적용을 하느니 차라리 밀도를 한데 몰아놓고 지금 말씀하신대로 한옥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만들어주는 편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120. 황두진 지금 말씀하시는 그 방식은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할 때가 언제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서울 근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되요. 이미 서울은 수평적으로 굉장히 많이 팽창을 해서… 그런데 지방의 몇 개 도시에서는 가능할 것 같아요. 도심에 굳이 한옥을 짓는 것이 아니라…
121. 김현구 그럼 트위터에서 ‘한국 건축은 식물에 가깝다’ 라고 말씀하신게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요?
122. 황두진 그건 아니었고요.
123. 김경진 이미 산업시대의 그늘 때문에 사라진 전통주택의 주거지구가 다양한 이해주체의 노력에 의해 복원된 사례가 있는지…
124. 황두진 글쎄요. 제가 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북촌 같은 케이스는 세계적으로 좀 드문 케이스 같아요. 서울 북촌은 굉장히 많은 특수성이 있는데 도심에 무지 저밀도의 주거단지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땅값이 안 오를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런데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유럽의 경우는 도심은 기본적으로 4~5층 정도가 되니까 그리고 유럽의 도시들도 2차 대전 때 다 파괴되었던 것을 자발적으로 다시 지은 것인데 그런 것도 복원이라고 본다면 유럽에 예가 많을 것이고 우리 같은 경우는 굉장히 드문거죠.
125. 박성기 제가 알기로는 선생님께서 한옥 개량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층고밀도로 새로운 주거 유형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개량화 작업의 연속으로 진행하실 수도 있는데 개량하지 말고 이런 것은 그냥 지켰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었나요?
126. 황두진 몇 가지 있죠. 저는 한옥이 길과 만나는 방식이 굉장히 재밌어요. 특히 북촌에 있는 도시형 한옥들의 특징이 벽이 가다가 담이 되다가 다시 벽이 되다가… 이런 것이거든요. 벽과 담의 구별을 안 시키죠. 그 안에 내부공간이 있으면 벽이고 마당이 있으면 담인데 어차피 굉장히 좁은 대지에 지은 집이니까 내부공간이 대지 경계선 쪽으로 밀려나가잖아요. 그러면서 길하고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되면서… 저도 사실은 어렸을 때 한옥에서 살았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겨울이 되면 메밀묵 장사가 있죠. 여러분들도 아시나요?
127. 임현주, 이주연 요즘에 아파트 단지에도 있어요.
128. 황두진 메밀묵 장사한테 메밀묵을 살 때 메밀묵 장수가 마당에 들어와서 파는게 아니고 창문을 열어서 요렇게 사는 거거든요. 집이 딱 붙어있어서 가능한 거죠. 아까 아파트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저는 우리나라 아파트가 여러 가지 이슈가 있지만 도시적으로 가장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단지 이기주의가 생기는 것,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게 단지가 중세화되는 것이 한 가지 큰 문제이고 맞물려 있는 것이지만 길과 건물의 인터렉티비티가 너무 안생겨서 길이 street가 아니라 path,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기 위한 통로 밖에 안되니까 … 이런 두 가지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옥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얻는게 길과 건물의 밀접한 연관관계이고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확실히 내외부 공간을 소통시키는 부분은 놓치기 아까워요. 한옥은 아무리 집이 예뻐도요 건물 하나 딸랑 세워놓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 옆에 담장도 조금 있고 부속건물도 좀 있고 마당이 형성되면서 얽혀 있어야 한옥 같지 아무리 정교하게 잘 지은 집이라 해도… 또 소재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을 것이고… 저는 요즘 한옥이라는 개념 자체를 머릿 속에서 좀 지우려고 그래요. 건축적으로 가치 있는 그 무엇을 추구하면 되는 것이지 내가 설계한 집을 누가 한옥이라고 불러도 되고 아니어도 할 수 없고. 그것이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냐 없냐가 저에겐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29. 심미리 처음에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서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시골에 가게 되니까 문화생활을 전혀 즐길 수가 없고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씩 있고… 그래서 그런걸 보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 내 직장은 서울이나 도시에 있을 것이고 어차피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게 될 테니까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원룸 같은 데서 잠만 자고 일을 하고 진짜 내 집은 시골에 있어서 주중의 업무가 끝나면 시골에 내려가겠다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꿈꾸는 집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원룸은 세를 얻어서 쓰고 내 집은 시골에…
130. 황두진 1가구 2주택이군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중과세의 세제를 도입하면서 ‘내가 지금은 너무나 과열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이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느 정도 우리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 국민 중 어느정도의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은 시골에 집 하나 씩 있는 사회가 되지 않겠냐’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31. 황두진 이 상황에서 제가 질문하나 할게요. 아무래도 우리가 연령차도 있는 것 같고. 아까 그 살고 싶은 집 얘기를 했을 때, 여러분은 3층 정도 되는… 햇빛이 썩 잘 들지는 않는데 밖에 차들이 다니겠죠. 내 집 1층에는 카페나 서점이나 미장원이나 이런 것들이 있고 나는 방은 썩 크지는 않은데 필요한 것은 있고 근데 내가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친구들과 쉽게 만날 수 있고 요기서 조금 더 산책 삼아 5분 10분 걸어가면 조그만 공원이 있는데 내 집 주변에는 마당 하나 없는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은 전혀 없으세요?
132. 이주연 저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전 시골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살면서 조금 안 좋게 느낀 점은 상업지역인데 술집이 많은 곳이라 …
133. 황두진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린 이유는 인구의 절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는 나라 치고는 어반 라이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서브 어반 또는 컨츄리 라이프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과연? 어쩌면 도시적인 삶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 보다 도시가 주는 다른 것을 누리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인데, 타협한 결과 자체를 ‘그래도 괜찮은 선택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한국이 앞으로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지 굉장히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134. 김현구 그런데 사실은 말씀하신 모델을 현재에서 찾으면 주상복합이 될텐데 그런 주상복합 주변에는 대부분 모텔이 있거나 아니면 유흥가가 있거나 하기 때문에 그런 그림이 먼저 그려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135. 황두진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그런 지역을 잘 못 본 건데 예를 들면 많은 분들이 가로수길을 좋아하시잖아요. 가로수길을 왜 좋아할까 자세히 생각을 좀 해보면, 가로수길 건물 하나하나가 대단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잖아요? 내가 보기에 우리가 그 정도의 밀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 4층 5층 되면서 길하고 인터렉션도 많고… 그 정도의 밀도는 우리가 이전에 경험해 본 건 다세대 다가구 단지인데 거기엔 1층까지 주거가 있잖아요. 담장이 쳐져 있거나 차 주차가 되어 있어서 걸어다니기에는 별로 안 좋은 그런 것만 접하다가… 가로수길이 원래 전체가 다 주거단지였던 것은 아세요? 원래 단독주택지구로 개발이 되었던 곳이다 보니까 사선제한, 건폐율, 용적률, 일조건 제한하면 올라갈 수 있는게 3~4층 정도밖에 안되잖아요? 그런데 그 정도 밀도가 가장 도시민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서 가로수길 전체에 3,4층에는 다 사람이 사는 원룸이라고 가정해보면 그게 사실은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아니냐 하는 거예요. ‘저층고밀도 주상복합’ 이라는게 그런 의미라는 거죠. …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거형태가 보급이 안됐느냐? 아마도 문화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1970년대 이와 비슷한 2층짜리 주택들이 보급이 됐었는데 상가주택이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예요. 가게 위에 사는 게 싫은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36. 임현주 저도 이중적인 마인드이겠지만 제가 싱글이라면 지금 말씀하신 가로수길에 있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지만 제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운다 그러면 그런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137. 황두진 맹모삼천지교를 하겠지요.
138. 임현주 맹모삼천지교가 아니라 주택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거리를 선택할 것 같아요. 아이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지 싱글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139. 신준호 저도 집에 대한 얘기를 친구들에게 똑같이 한 적이 있어요. 얘기를 잘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의 역사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이 곧 자신의 역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집’과 ‘주거’ 를 서로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주거는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재화를 얻고 그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주거라고 생각해요. 앞에서 아이 얘기를 하셨는데 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집에 대해 물어도 대답에는 아이가 없어요. 평당 건축비가 얼마냐고 물을 뿐이고 서비스 받는 것에만 익숙할 뿐이죠. 자신의 집은 자신의 역사를 이어 나가는 것이라고 인식하질 않는다는 것이고 공간으로써의 집이 아닌 서비스 받는 곳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아파트 값만 계속 올라가는 것이죠.
140. 황두진 우리 사회가 하두 모빌리티가 많으니까 옛날 주공 같은데서 라이프 사이클이 변하는 것에 따라 ‘가변형 아파트’(관련기사)를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걸 해봐야 소용이 없는게 라이프 사이클이 변하면 딴 데로 옮겨가버리니까…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흥미로운 사례로 홍콩 건축가 – Gary Chang, Transforming Apartment(관련기사)-의 얘기에요. 홍콩의 아파트가 굉장히 조그만한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16평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 집에서 태어났나? 그러면서 식구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온전히 살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을 다 추적하면서 그때그때마다 그 안에서 거주환경을 바꿔가면서 살았는데 정말 마이크로 아키텍쳐에요. 벽을 딱하고 열면 뭐가 나오고 뭐가 딱 닫히면 방이 되고 그런건데 우린 그런 예가 없는 거죠. 우린 이사가서 해결을 하니까.
141. 김현구 그런 것도 있지 않나요? 한옥 자체가 이동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는데…
142. 황두진 글쎄요. 막상 고쳐보면 보편화되기는 좀… 어쩌다 한번 옮길 수는 있겠지만…
Powered by Hackadelic Sliding Notes 1.6.5143. 김현구 한옥을 예전에 살던 사람들 조차도 외부공간을 포함해서 전체를 집으로 봤기 때문에 집 자체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144. 황두진 오늘 사실 그 얘기까지는 못하겠는데 제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대목이긴 해요. 우리한테 있어서 물리적인 하드웨어로써 집이 갖는 의미는 서양건축과 비교해서 굉장히 다른 측면이 있고 난 그게 강점과 약점이 다 있다고 보는 거예요. 원래 내가 관심 있었던 테마는 그건데 그건 다음 기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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