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대문운동장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2007년도에 컨피티션으로 당선된 자하 하디드의 WDPC(World Design Park and Complex)가 공사중이다.
그 당시 나는 ubac 사무소(조성룡,정기용_2등당선)에서 동영상을 제작 했었는데, 몇 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참가자가 그 당시 동대문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하 하디드도 그렇고 MVRDV도 그렇고 대부분의 건축가가 동대문의 flow와 24시간 쉴새없이 변화하는 다이나믹함, 그리고 불확정성 등에 주목했다.
우리팀은 특히 동대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수많은 흐름을 어떻게 읽고 받아 들여야 할 지에 대해 고민했었고, 이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현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사무실을 얻어 2개월 넘게 그곳에서 동대문 운동장을 관찰했다.
아침-점심-저녁-밤-새벽의 모습들은 확연히 달랐고 그 시간마다 공간을 점유하고 성격이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새벽 12~4시 사이 동대문 운동장 앞의 노점상들은 폭발하듯 불빛을 내뿜었고 1톤트럭에서 하나 둘 펴지는 노란색의 천막들은 만개한 꽃봉우리처럼 화려했다.
생각해 보라. 전 세계적으로 새벽 4시가 가장 활성화 되는 시장이 있을지, 아침 9시가 되면 또 다른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시장이 흔할지?
시간대(낮과 밤)별로 팔리는 물건의 종류와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극명하게 바뀐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반경 5km이내에 패션 디자이너의 작업실과 부속물(각종 천과 단추, 실) 제조 공장 및 마켓들이 실핏줄처럼 엮여 있고 24시간 동대문 곳곳을 휘저으며 물건을 나르는 오토바이의 움직임. 판매대의 수만가지 옷과 신발, 악세사리, 생활용품 등은 하루밤 사이에 펼쳐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니, 신기루와 같은 동대문의 풍경은 이곳의 잠재력이며 에너지이다.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24시간도 안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이나믹한 곳인가!
우리 팀은 동대문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24시간 촬영을 강행 했었다.
두타 옥상에 올라가 새벽녘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힘든지도 모르고 열정적으로 일했었던 그 날을 기억하며…
한가지 바램은 하디드의 건축물이 표면적으로 디자인 되어진 것이 아니라 동대문이 가진 성격을 잘 드러내 주었으면 하는…
그 날의 기억은 나에게 있어 끝없이 반복 재생되는 일상을 일깨워 준 생명수와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