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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영준
wide58 - architect kim young joon
이중용 (간향 미디어랩 와이드AR 편집장)

이것은 건축가 김영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스스로 좌표를 고민하는 건축가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그가 (다양한 관점으로) 자신의 위치를 살핀다는 의미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좌표를 영어로 표현하면 , 수학적 의미에서의 좌표coordinate와 결정에 도움이 되는 지침guideline의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대로 건축가 김영준의 건축 작업 특성과 연결됩니다. 그는 질서/체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그가 추구하는 결과가 결과물 자체이기 이전에 결과물에 이르게 하는 지침guideline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작업 과정은 지침을 비롯한 다양한 조건들을 조직/조정coordinate하는 것입니다.

그는 다른 건축가들처럼 그도 건물의 형태나 공간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상상력의 가능성으로 언급하지도 않고[장윤규], 건축의 원리로 내세우지도 않고[김인철], 최적의 해법으로 설명하지도 않고[김찬중], 시대의 당위로 표명하지도 않고[승효상], 감각적 결과로 드러내지도 않고[최욱], 현실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식으로 설명하지도 않고[조병수], 건축가 자신의 순수한 의지로 표상하지도 않습니다.[정수진] 그는 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한편 프로젝트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숙고하고 그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지도와 나침반을 만듭니다. 그의 건축은 형태나 공간의 결과라기보다는 세계와 건축의 통찰(에 대한 노력)을 바탕으로 건축가 자신이 조직한 체계 안에 건축의 형태와 공간을 구성하는 (문화, 산업, 제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의 지속가능한 공존 방식의 결과입니다.

그의 건축 작업은 프로젝트 안에 잠재된 요소들의 분석과 적절한 체계의 모색을 기본으로 하고, 이들 건축의 요소와 체계가 보다 크고 다양한 요소들과 체계들의 집합이자 구성인 도시city 안에서 뿌리내리고 생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는 일과 그에 따라 조직/조정하는 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작업 특성은 ‘도시city’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도시의 건축가’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UN 해비타트(주거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세계 도시인구는 38억 8천만 명이며, 2030년에는 50억 5천8백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2/3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고 전지구 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따라서 도시는 현대건축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이며, 건축가 김영준 만의 특별한 이슈는 아닙니다.

차이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에 대응하는 목표에서 비롯됩니다. 일반적으로 대개의 건축가들이 도시 안에서 건물 하나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그는 도시 그 자체를 고민합니다. 따라서 건물은 도시 조직의 일부이면서 도시 전체의 특성을 내포하는 부분, 요소입니다.

‘오브제보다는 시스템.’ 물론 많은 건축가들이 시스템적인 건축(구축성)이나 도시의 시스템 내에 건축을 안착시키는 방법(맥락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건축가 김영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더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다른 건축가들이 궁극적으로 건축을 다루고 이야기하기 위해 체계 혹은 도시를 논한다면, 그는 궁극적으로 도시 그 자체를 다루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건물을 주변과의 관계 속에 위치시키거나 설명할 때 context라는 표현을 씁니다. 도시를 이야기하는 건축가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이 용어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를 통해 건축이 독자적이지 않고 맥락적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축가 김영준은 자신의 작업을 설명할 때 context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건물 중심으로 사고할 때 건물과 주변 환경과의 관계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지만 도시 중심으로 사고할 때 건물은 도시에서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도시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도시와 건축은 하나의 총체적 형성물로서, 조직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더 중요해집니다.

‘컨텍스트보다는 형성(과정).’ 그는 주변과 어울리는 완결된 조형으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미완의 체계로서의 도시구조를 지향하며, 이를 좀더 건축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표현으로 ‘도시건축’, ‘도시구조의 건축’, ‘architecture for urbanism, urbanism for architecture’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도시를 나는 건축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건축을 도시의 시각적 이미지와 도시의 모든 건축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건설물, 즉 시간과 더불어 형성된 도시의 건설물로 말하려 한다. … 실증적 의미에서 나는 건축을, 그것이 속해 있는 사회나 문명 생활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창조물로, 따라서 그 성격상 집단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 건축은 문명과 함께 태어난 영속적·보편적·필수적 형성물이다.’ – 『도시의 건축』, 알도 로시 지음, 오경근 옮김, 동녘, 2003, p.34

참조의 유무에 상관 없이, 도시와 건축을 등가等價로 다룬다는 점, 도시에서의 새로운 유형을 찾고 만든다는 점에서 김영준의 건축은 ‘도시’를 상정하는 건축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그가 초기에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은 인프라infrastructure와 랜드스케이프landscape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인프라는 건축과 도시를 생활의 하부구조로 보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건축을 하나의 구성물로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 및 요소들 간 관계로 전체(도시)를 볼 수 있는 시각틀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들 두 개념은 그가 다루는 아이디어들인 ‘큰 스케일’, 그리고 ‘복합구성’과 연결됩니다.

그가 도시의 건축가로서 할 일로 생각한 것은 ‘질서 찾기’와 ‘얼개 만들기’였습니다.

그는 이 생각을 좀 더 밀어서 초기에 세 가지 기준을 설정합니다. 하나, 느슨한 얼개를 가질 것. 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닌 열린 경계일 것. 셋, 땅과 도시에 대해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이벤트의 무대로 바라볼 것.

이러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마다 주시해야 할 요소와 목표들을 세분하고 그에 대한 방향(지침)을 설정합니다. 가변성, 거점, 경사지, 공동시설, 단계적 성장, 대지, 도로, 독립성, 동선, 바닥재료, 방향, 배치, 벽, 보이드, 복합, 불확실, 설비, 식생, 영역, 외부공간, 인프라, 자연, 저층부, 적정 규모, 조경, 중층, 지표면, 질서, 집적, 집합 형태, 최대 볼륨, 프로그램, 형태, 흐름 등등이 그것입니다.

건축가 김영준은 지난 19년 간 도시와 건축에 대한 일관된 생각을 바탕으로, 독립 후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며 도시구조의 건축이 지향해야 할 열한 가지 자세를 정리합니다. (1)질서가 수단이다, (2)보이드가 중심이다, (3)프로그램은 불확정적이다, (4)시스템으로 정리한다, (5)프로그램을 조정한다, (6)연결은 독립적이다, (7)지면은 여러 레벨이다, (8)저층부와 고층부를 나눈다, (9)스케일을 넘어선다, (10)복제보다 성장, 단위보다 집합을 겨냥한다, (11)분산이 대안이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행위의 완결을 전제하는데 반해, 도시는 완결보다는 행위의 제어를 전제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그는 건축가의 역할을 ‘사회적 필요성이나 시대의 상황을 잘 해석하여 틀을 만들고 그 틀이 자생력을 가지고 영향력을 미치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그의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는 이러한 생각들의 반복입니다. 인식의 전제로서의 ‘도시’, 그 위에서 발견하고 조정해나가는 ‘기준’, 이를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번안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목표로서의 ‘질서/체계’, 그리고 도시 구조의 건축이자 결과로서의 ‘유형’이 그의 건축을 통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입니다.

공공성은 그가 ‘대안’을 추구하도록 하는 동인입니다. 욕망이 누적·순환되는 도시에서 기성 시스템을 수용하고 촉진하는 건축가도 있지만,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들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혹은 나은 사회를 지향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그는, 건축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건축가 김영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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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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