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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정수진
wide57 - architect jung su jin
이중용 (간향 미디어랩 와이드AR 편집장)

건축가 정수진. 1969년생. 누군가는 이름을 듣자마자 ‘철의 여인’이라고 말했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안다고 말하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씩씩하고 단호하다는 점만큼은 공통분모에서 빠지지 않는다. 솔직함, 성실함, 올곧음 같은 말들이 어울리는 사람. 독립 후 일이 없을 때도 설계비 10원 깎아본 적 없다는 건축가. 한국의 건축 이야기들이 주로 남성들을 통해서 나오고 그 안에 많은 타협과 비겁함을 극복하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부조리에 대해 ‘아니니까 아닌 거’라며 단칼에 자르고 군소리도 덧붙이지 않는 대범함이란 흔히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싫은 소리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고 말하듯 소소한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고, 대의大義를 내세우는 것보다는 도의道義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서 2017년 6월의 그녀에게 연락할 누군가를 위해 힌트를 남겨두자면, 그녀의 벨소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맞다. 다만 바리톤이 부른 노래라면 그건 잘못 걸었거나 함정일 테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관한듯 비슷하게, 대학이 건축 인생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2017년의 그녀에게 건축가가 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1989년의 그녀에게 건축과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부러워 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아이의 부모님이 학교에 기증한 피아노에 새겨진 ‘OO건축사무소’ 글자는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죠.” 하지만 영남대학교 학부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의 이력만으로는 지금의 건축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그녀의 건축은 폐쇄적인 외관의 인상 이전에 스스로를 규칙 안에 구속하려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은 작업에서 규율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며, 규율은 보다 과거의 전통이나 정해진 틀 안에서 시작하기 쉬운 부분이다. 파리-벨빌 건축대학교는 그 부분에 대한 좀 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서조차 ‘건축가이자 선생님’이라고 적혀 있는 앙리 시리아니Henri Ciriani(1936-)는 한국에서 듣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아마도 가장 보수적인 스타일의 선생들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 청강 기간에는 마지막 크리틱에 참석도 못 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대로 귀국할 뻔 했던 그녀는 필요한 시간들을 버텨냈고 선생이 졸업을 앞둔 제자에게 무한한 신뢰를 담아 건넨 ‘가서 나 버려’라는 말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는 지금도 여전한 자신감의 원천 중 하나다.

2008년 독립 후 하늘집(2011)을 완공하며 2012년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한다. 수상 경력은 2013년 노란돌집, 2014년 붉은벽돌집과 <각설탕>, 2015년 별똥집, 2016년 이-집까지 반복된다. 거기에 더해 2015년엔 한국건축가협회의 엄덕문 건축상도 수상했다. 소개 받은 클라이언트는 <하늘집>이 유일하며, 이후 모든 클라이언트들이 이전 작업을 보고 찾아왔다. 그래서 매 프로젝트에서 세상과 공유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초기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판교 신도시 주택단지에 위치한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작업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꼭 그만큼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예측 안에 갇히는 것과 같다. 더구나 프레임처럼 씌워진 채 답이 없는 사적 영역에서의 공공성 문제는 외부에 닫힌 태도를 취하는 듯한 그녀의 디자인에 좀 더 가혹했다. 생각해 보면 <하늘집>은 클라이언트 요구에 대한 성실한 대안이기도 했고, 입면을 세세하게 만지기보다는 큰 계획scheme을 먼저 정하는데 익숙한 그녀의 건축에도 적절한 방식이었다. 큰 윤곽schema이 먼저 잡히면 나머지는 논리적인 도식schematic으로 풀린다. 건축가는 자신의 건축적 의지를 소중히 다루기 마련이고, 주요 골자를 이루는 면들은 시공 후까지 비교적 순정純正하게 남는다. 그런 식으로, <별똥집>의 특별한 프로그램적 상황에서 잠시 타협처럼 등장했던 입면의 사선斜線은 이어지는 <이-집>에서 다시 반듯함을 되찾는다.

그러나 작업의 엄격함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건축가 정수진은 자신의 마음을 이끌었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1908-2004)의 사진에서처럼 눈앞에 펼쳐진 세상의 다양함들이 건축 안에서 발견되어지고 기쁨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 옛날 파리의 거리에서 하얀 천이 펄럭이는 장면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처럼 장소와 현상과 기억과 체험이 하나의 풍경 안에 생생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직은 ‘해보고 싶은 작업’이 더 많고 그 욕구들을 심플(S)하게 정제해가는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덴티티(I)를 알아 ‘해야 할 작업’을 하게 되고 종국에는 도구·방법·논리보다 감동(E)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바람이, 분다.

  1. 1969년
  2. 1936년 12월 30일 리마 출생 페루, 프랑스 국적
  3. 건축 에스아이에서 설계한 지상 2층, 지하 1층, 높이 6.4m의 건축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면적 277.52㎡.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4. 건축 에스아이에서 설계한 지상 2층, 높이 6.8m의 건축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면적: 191.92㎡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총 2건의 관련기사 및 영상.
  5. 건축 에스아이에서 설계한 지상 2층, 지하 1층, 높이 8.78m의 건축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면적 252.31㎡.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총 2건의 관련기사 및 영상.
  6. 건축 에스아이에서 설계하고 (주)태인건설에서 시공한 지상 2층, 높이 8.2m의 건축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면적 182.46㎡.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총 2건의 관련기사 및 영상.
  7. 건축 에스아이에서 설계하고 (주)태인건설에서 시공한 지상 2층, 높이 7.85m의 건축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연면적: 217.04㎡ / 용도: 단독주택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총 2건의 관련기사 및 영상.
  8. (링크 참조)
사진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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