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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주대관
wide59 - architect joo dae kahn
이중용 (간향 미디어랩 와이드AR 편집장)

건축가 주대관. 1958년생.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 대표.
‘Your right is my left.’ 2017년 늦여름의 첫 만남에 그는 자신이 지은 멋진 카피 문구를 들려주었다. ‘너의 오른쪽은 나의 왼쪽이야.’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이념, 지역, 권력, 경제력, 종교, 학교, 성별 등 많은 것을 통해 분리되는 한국인의 특성을 떠올릴 수 있어서 쉽게 납득이 갔다. 권리와 딴지가 분리되지 않음을 생각하게도 했다. 그것은 차갑게 꼬집는 말이 아니라 중세시대 기사들이 ‘널 해칠 무기가 없어’라며 내미는 손 같은, 반창꼬 같은 말처럼 들렸다. 비슷하게, 그와 대화하면서 그가 달변은 아니지만 비교적 언어를 잘 활용하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터주택’, ‘정서적 생태주의자’, ‘사회적 건축’ 등 자신의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말들은 철학에 뿌리를 둔 용어들과 달리 현실적이면서도 미묘하게 생소한 것이라 상대로 하여금 대화에 흥미를 불어넣거나 쉽게 주목하게 만든다. 처음엔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일종의 메타 프레임 전략, 그러니까 여러 자잘한 논의를 더 높은 차원에서 간단히 묶어 복잡한 논의도 정리하고 방향도 자기 쪽으로 유도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도 말했다. 논의 자체를 하나로 모으고 ‘완성’하기 위한 프레임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의 개별 문제들을 논의의 장으로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위한 프레임이 그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현실에 발 묶인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현실을 끊어낼 것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다음 논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어쨌든. (하지만 그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디자인을 보고 든 생각은, 디자인은 그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디어와 전략에 대해 토론할 때, 실행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근사하다.) 일반적인 건축가의 복잡한 심정을 낱낱이 풀어 쓸 수 없어 단순하게 말하자면, 오늘의 건축가는 기성 시스템right의 충실한 보완자accepter와 그 ‘반대편left’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대안자alternative로 구분할 수 있다. 점점 더 매끄럽고 탐스럽고 그럴듯하게 지어지는 도시환경 속에서 개별 욕망이 공공의 지향보다 우세한 삶과 인간을 만들어내고, 법과 윤리의 통제만으로는 비집고 나오는 욕망을 어찌 해 볼 수 없어 불평등과 불안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시스템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성과와 이미지를 지향하는 오브젝트 메이커object maker로 살아가든 시스템 자체를 고민하고 인식과 환경의 개선을 지향하는 시스템 코디네이터system coordinator로 살아가든 건축가로서 큰 카테고리에서의 선택은 비교적 선명해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스스럼없이 후자를 선택하기란 어렵다. 아니, 인생의 초창기에는 그런 선택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있을지언정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건축가 주대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체주의 바람과 루이스 칸에 대한 관심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졸업 후에는 여느 건축가들처럼 사회와 현실건축을 겪어나갔다.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던 철암 작업에 자신을 내던진 것은 나이 마흔에 이르러서였다. 사회에 투신投身하는 사람들은 보통 투신鬪神인 경우가 많은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오히려 투신投信 기관 마인드로 일을 하는 것 같다. 공공영역에서의 다양한 열망들을 모아모아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 각각이 납득할 수 있는 미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물론 건축가 자신도 처음부터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그 말도 일리一理는 있다. 과거 개발성장시대에는 할 일도 많고 성과도 많고 생각할 시간은 적었기에 힘을 가진 리더를 따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비교적 소수였다. 하지만 구호나 윽박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공공영역을 민주적으로 다루는 섬세함이란 전문가 개인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2000년대 중반 문화부 공간문화과나 국교부 도시재생사업단 등 다양한 부처에서 다루기 시작한 공간과 지역의 문제는 국가-주도에서 전문가-주도, 시민-주도로 지향점을 바꾸며 다양한 프로젝트와 시행착오를 겪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즈음 건축가 주대관은 2000년 전후의 지역재생 작업인 〈철암지역 건축도시작업〉의 의미를 이어 2006년 1월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를 개소한다. 주요 방향은 세 가지였다. 철암에서 이어지는 집짓기와 어린이건축교실, 그리고 문화도시(마을)와 관련된 각종 연구과제 수행 등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짓기, 농촌주택, 마을만들기, 문화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대안 실험을 이어왔다. 그는 사회의 내일을 위해 건축, 도시,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색한다. ‘갈등을 미봉하지 말고 드러내놓고 논의를 하자. 그리고 방법을 찾아보자.’ 그는 철저하게 현실에 근거한 사고와 대안과 행동을 추구한다.

한 가지 궁금했다. 그렇게 현실적인 사람이 자유경쟁시스템 안에서 위법하지 않은 선을 지키며 자신의 욕망도 추구하고 사람들 인정도 받고 하는 게 보통일 텐데, 왜 굳이 사회를 위해 불편하고 폼 안 나는 길을 걷는 걸까? 그는 그냥 ‘도리道理’라고만 말했다. 자식이 부모에게 하듯 시민이 사회에 대해 하는 정도의 도리. 어느 날 그가 필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하여,마침내어스름동짓달이되어,여행자는도시의입구에다다랐다.성문앞에서한사내가말했다.저도시에는걸인과폭력과불결함이넘친다오..그렇다면나는들어가지않겠소.투덜대기위해진흙탕에빠질필요는없지않겠소?’ (그는 문자와 SNS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차라리 행을 띄운다.) 그는 이것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했고, 확인해 본 결과 ‘통과에 대하여’라는 장에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다. 짜라투스트라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에서는ㅡ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도시를 통과했고, 이어서 보낸 건축가 주대관의 문자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그게,나의기본적인생각이오.반대로,진흙탕에선머드팩을.’ 사람을 볼 때 말이 아니라 행위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일단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사회적 건축의 첫 걸음’이라고 말하는 그를 확인하고 싶다면,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해온 ‘집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된다. 누군가는 봉사 혹은 헌신이라고 말하고, 그는 ‘그냥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사회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찾고, 해보고, 그리고 그 방법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일을 반복한다. 남은 삶이 그려지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그를, 그가 걷는 길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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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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