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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욱
wide55 - architect choi wook
이중용 (간향 미디어랩 와이드AR 편집장)

건축가 최욱. 1963년생. ONE O ONE architects 대표.
모르는 사이일 때 보면 담담한 사색가 이미지, 조금 알고 보면 옆집 셋째 언니 이미지. 상투적으로 쓰는 말은 “소위 말해서”, 의식 전반에 깔려 있는 생각은 ‘인생이 아깝다’. 그래서 인생 아까울 것 같은 일은 안 하고 싶어하는 성격.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건 타고난 부분, 오래 숙고하고 단호하게 결단하여 뒤돌아보지 않는 건 단련된 부분. 내색은 않지만 퀄리티만큼은 원오원이 최고라는 퀄리티부심. 그걸 단지 디테일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흥미 없음. 개념에 천착하지 않는 이유는 종국에 도그마로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건축 작업의 특성상 언어의 필요성은 절감. 그가 쓰는 개념어인 ‘그라운드스케이프groundscape’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방법론, 건축가 자신에게는 태도론. 무엇보다 그의 건축 작업에서는 장소에 대한 해석이 가장 기본. 가구를 디자인할 때도 건물과 주변 환경까지 단면을 그어 그에 따라 형태와 재료가 가져야 할 성질을 규정.

친구는 적지만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이 기대할 줄 아는 사람. 직원들도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양한 소양과 취향을 갖췄지만 상대의 수준에 맞춰줄 줄 아는 사람. 깨어 있는 상태에서 해가 뜨는 걸 보고, 밤 10시에는 취침한다는 생활 가이드라인. 그의 건축과 인물됨에서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건 조선시대 정자관程子冠. 산을 겹겹이 쌓은 모양으로 사대부가 일상에서 쓰는 관이며, 가벼움과 통풍 같은 기능에 상징 등을 두루 갖춤. 요약하자면 기능과 격을 세심하게 쌓아올리는 스타일. 그것의 토대인 (다양한 의미에서의) 바닥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한 이유. 벼슬아치의 관모冠帽는 자신의 머리에 맞지 않다고 말하지만, 자신에 속한 사람과 환경을 아끼고 보살피는 일은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 사회 수준이 건축의 수준이 되는 이상, 위에서 끌어올리는 일만큼 바닥에서 기반을 다져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의지’나 ‘능력’ 이상으로 ‘때’를 살피는 사람. 관련해서 옛말에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는데, 그는 그와 반대로 사람을 찾고 환경을 갖추어 때를 기다림. 지금의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건축가 상像figure으로는 건축가로서의 뜻을 펼치기 부족하다는 판단, 좀 더 권위를 갖추고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열어가기 위해 지금과는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래. 숙원했던 원오원의 작업환경 조성이 마무리되면 실제 건축작업에서 손을 놓겠다는 구상. 2017년 1월로 작업환경 조성까지 완료. 계획대로라면 넥스트 플랜을 가동해야 할 시점이지만 본인의 역할 조정 시기는 X년 정도 연기. 자기 방식에 맞는 노트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주간계획 위주로 작성. 하지만 좀 더 커다란 다른 노트에 자신의 인생을 연간계획처럼 한눈에 보이게 기록해가는 중.

좋아하는 건축가는 지오 폰티.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건축책들을 접함. 하지만 동경의 대상은 건축가 아닌 백남준. 고등학교 졸업하면 백남준이 있는 곳으로 유학 가려 했지만 나라마다 학제가 달라 일단은 한국에서 대학을 가야했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85년 홍익대학교 건축과 졸업 후 이탈리아 행. 때마침 영화학교가 없어 베니스건축학교 입학. {공업 생산화된 건축재료의 유통과 기술의 발전}, {오브제로서의 건축과 기계적 장소} 등을 연구하여 1990년 졸업(dottore in arch). 군 제대 후 장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장)에서 1992년부터 1년 8개월 근무. 이후 파트너와 협업으로 시간을 보냄. 1998년 서울포럼에서 ‘서울의 도시감각’이라는 주제로 발표 후 2년 간 휴식. 당시 김진애 박사가 그에 대해 ‘두 시간 동안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도시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는 사람. 창 안에서 도시를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함. 건축과 인생에 대한 고민. 그리고 긴 여행. 하지만 2년 후에도 답은 없음.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껴안자’가 된 거예요.” 2000년 사무실을 개소하여 오늘에 이름. 200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7년 선전-홍콩비엔날레 등에 참여했고, 2014년 김종성건축상 수상. 2016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음. 건축을 잘 하는 것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도 알고, 현재의 건축에 이르기까지의 흐름과 식자識者들의 고민도 알고, 한국이라는 현실에서는 비전보다 그것을 단단하게 받쳐 줄 현실적 환경이 절실하다는 것도 알고, 그러기 위해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고 있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지는 말이 겉으론 강해보여도 속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래서 건축을 쉽게 규정짓는 것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들여 과정에 공을 들이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경향이 생김. 행복이라는 것도 자신 아닌 사회적 조장에 의해 추구되기 쉽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복잡한 상황 안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조금씩 다듬어나가는 태도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행복한 건축가.

  1. 1891년 11월 18일 ~ 1979년 9월 16일 밀라노 출생 이탈리아 국적
  2.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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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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