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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레스크
Himalesque

사이 1780년 6월 연경으로 떠나던 연암 박지원은 압록강 국경을 건너며 ‘길은 저 강과 언덕 의 경계에 있다.’라고 일기에 썼다. 또 경계_‘사이’는 사물이 만나는 피차의 중간이어서 양변을 잇는 관계 맺기에 따라 도道의 이치를 생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경계인 ‘사이’란 서로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은 ‘즈음’이라 정의한다. 연암은 ‘사이’를 그저 그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를 이루는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공간視空間으로 개념화 하고 있다. 연암의 생각을 빌려오면 안과 밖, 비움과 채움 등 이분법적인 이항대립의 프레임은 해체되어 ‘사이’는 구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주체가 된다.

테두리 공간의 본질은 비어있는 것이다. 비어있는 공간은 경계를 이루는 테두리를 방법으로 삼아 형성된다. 테두리는 외부로부터 내부를 구분하고 내부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연함으로 인해 공간은 결국 닫힌 형식을 하게 되고 그래서 공간의 경계는 안과 밖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도구가 된다. 외부는 내부로 침입할 수 없어야하고 내부는 외부를 밀봉하듯이 가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닫고 가려서 만들어진 공간이 진정으로 안전하며 쾌적한지에 대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닫힌 공간으로 인해 잃는 것은 소통이다. 서로의 관계는 물론 사회와, 그리고 자연과의 단절로 인해 현대의 도시와 건축은 섬처럼 따로 떠돌고 있다. 모두 이기적인 합리가 만들어낸 기형의 공간들이다.

여유 지평선을 가없이 두른 평원과 산을 병풍처럼 두른 땅의 공간이 같을 수 없고 사계절이 순환하는 온대기후와 두 계절로 나뉘는 열대기후 역시 같은 공간을 만들 수 없다. 공간은 땅과 함께 다루어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어진 땅의 조건에 따라 공간을 형성하는 방법이 다르다면 같은 비움이라도 개념과 성격에서 차이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구조이자 경계가 되어야하는 조적의 경우와 달리 틀로 이루어지는 가구의 경우는 구조와 경계가 분리되어 ‘붙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은’ 사이가 된다. 사이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느슨한 테두리의 여유餘裕이다.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인 벽의 부피를 확대해 ‘사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경계는 닫기 위한 단순물체가 아니라 관계를 이루기 위한 사이의 실체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중외피 아무런 규제가 없는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네팔의 고원에 만든 ‘바람품은 돌집’himalesque는 현지의 풍토조건을 과제로 받아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 한 것이다. 그곳의 전통적 경계는 고원의 조건을 한 묶음으로 해결하기 위해 두꺼운 외피로 공간을 구축하고 있었다. 내가 착안한 것은 경계인 벽의 두께를 해체하는 것이었다. 웅크리듯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공간의 벽을 각각 다른 기능으로 나누었다. 바람을 막는 돌의 벽과 실내를 거두는 유리의 벽으로 나누면 그 안에 ‘사이’를 만들 수 있다. 건기와 우기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강풍을 맞받아야 하는 대지의 조건과 극심한 일교차를 갖는 기후임에도 난방장치 없이 공간을 유지해야 하는 환경의 조건을 그 땅의 재료에 오늘의 방법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분리된 벽 사이의 작은 뜰은 바람을 눅이고 빛을 가득 들여서 가두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을 열고 그로부터 자연과의 관계를 만드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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