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막에서 폐차의 흔적을 따라 가다 서기를 반복한 몇 시간 뒤, 마지막 노란색 차 앞에서 우리는 멈췄다. 바람과 비, 모래를 맞으며 그곳에서 변화되어가던 날것 그대로의 폐차와 달리 인위적으로 가공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트렁크 부분이 땅속에 꽂혀 있는 노란색 차엔 어디로 얼마나 가면 휴게소가 나온다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고, 그 위에는 이런저런 낙서가 휘갈겨 있었다. 지루하고도 위험한 사막 길에 준비된 작은 위트 같기도 했다. 차를 두고 떠난 이의 마음을 위로하듯. 너의 발이 되어주던 친구가 지금 여기에서 온 힘을 다해 기다리고 있다고 누군가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고장 난 자동차를 버리고 살아남기를 택한 사람들은 그 순간 홀가분했을까? 삶의 이치를 겸허히 받아들였을까? 그래서 세상을 보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사람이야말로 진짜를 위해 군더더기를 던져버릴 절호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새로이 보이는 경이로움도 있겠지. 짐 하나 버리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묵혀둔 마음을 버리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정말로 버릴 수만 있다면, 해내기만 한다면, 내가 만날 수 있는 진짜 나는 놀랍도록 빛이 날 것이다. 마치 뜨거운 물에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